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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가기준 오락가락…‘공기업 경평’ 반발확산
공공기관‘ KTL發 봉기’조짐…왜?
MB땐 플러스요인 이번엔 감점
공기업들 “정치적 변질” 불만고조

같은 기준 모든기관에 일괄적용
경영평가 신뢰도에 의문제기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신뢰도에 금이 가고 있다. 이미 공기업들 사이에서는 변별력은 이미 떨어진 지 오래라는 지적이 파다하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012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석유공사는 E등급으로 최하등급을 받았다. 해외에서 인수한 자산들이 부실하다는 이유다. 자원외교를 표방한 MB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외국계 메이저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 몸집을 키웠지만 이게 독이 됐다.

한국광물자원공사도 해외자원개발사업이 줄줄이 좌초하면서 역시 E등급을 받았다. 광물자원공사는 호주 볼리아 광산의 동·아연 탐사사업과 호주 화이트클리프 광산의 니켈 사업, 페루 셀렌딘 광산 지분 투자 사업 등을 중도 포기했다. 하지만 지난해 사업 실패와 재무구조 악화 탓에 부실덩어리로 전락한 코레일은 어찌된 일인지 B등급을 받아 모두를 의아하게 했다.

▶평가 기준이 상식과 어긋나=익명을 요구한 에너지 공기업 고위 관계자는 “똑같은 일을 해도 지난 정부에서는 바람직하다고 하던 일이 이번 정부에서는 감점 요인이 되는 것이 경평의 현실”이라며 “억울하지만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변질됐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기에 이미 마음을 비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남궁민 KTL 원장은 “평가위원들은 평가를 공정하게 한다는 명목으로 무조건 자신들의 한가지 기준을 100여개의 모든 공기업에 동일하게 들이댄다”며 “공기업 각각의 상황을 모두 맞춤형으로 볼 수는 없지만 최소한 처해진 업계 환경은 봐가면서 평가를 매기도록 기재부가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평가에 외부적 요인이 관여되는 정황도 크게 드러나고 있다. 공기업 A 사 지난해는 정성-정량 평가가 낮은 것을 알고 최종 평가 전 해당 부서에 찾아가 설명하는 등 노력했더니 B등급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는 평가가 좋게 나오는 것으로 알고 신경을 쓰지 않았더니 당초 예상했던 평가보다 뚝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평가단 관리’를 하지 않았더니 마지막에 정무적 판단에서 평가표를 조정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금융관련 한 공기업 관계자는 “한 심사위원 교수가 지난해 잘못됐다고 지적하며 다른 방식으로 하라고 해 그대로 했더니, 다음해엔 다른 평가위원이 그것이 잘못됐다고 지적해 다시 수정하는 일도 벌어졌다”며 “똑같은 기준을 일괄 적용하는 것도 문제인 데다 이 기준마저 평가위원의 자의적 해석으로 자기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것이 경평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개선책 내놔도 무용지물=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2009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전 과정을 전산화했다. 하지만 이를 활용하는 평가위원은 손에 꼽는다는 전언이다.

한 에너지 공기업의 경평 실무 담당자는 “평가단이 시스템만 잘 활용해도 보고서를 만들지 않아도 되는데 이를 활용하지 않다 보니 비슷비슷한 보고서를 만드는 데 인재 수십명이 투입된다”고 말했다.

자신들이 이미 신뢰성을 잃었다고 하는 경평에 공기업 CEO들은 그럼에도 목을 맨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지난 한 해 동안 임직원이 이룬 성과를 평가하는 자리가 고위관료 출신 기관장의 ‘점수 따먹기’ 장으로 변질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기관장 A·B등급을 받은 기관 48곳 가운데, 29곳(60.4%)의 기관장이 고위 관료 출신이다. 이들은 이 점수를 바탕으로 유임되기도 하고 다른 자리로 영전해가기도 한다. 

윤정식 기자/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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