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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모임 · 회식보다 달리기…난 ‘나포츠族’ 이다
야간 스포츠 즐기는 3040 직장인 증가
“매일 3㎞씩 달려요. 주로 퇴근 후 오후 8~10시 무렵이죠. 직장인 대부분이 그런 것 같아요. 요즘은 여름이라 그런지 한강변에 ‘나포츠족(나이트와 스포츠를 합한 신조어ㆍ야간에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 유난히 많아요. 농구를 하는 학생들, 자전거를 타는 주부들, 인라인을 타는 사람도 많고…. 하지만 ‘달리는 사람’이 가장 눈에 띄어요. 별다른 장비 없이 혼자서도 가능하니까. ‘나포츠’족 대부분은 젊은 직장인이죠.”

글로벌 스포츠용품 기업에 근무하는 이원희(32) 씨는 7개월째 ‘달린다’. 아파트 단지를 돌거나 가까운 초등학교 운동장을 질주할 때도 있다. 요즘엔 선선한 오후 8~9시 무렵 강바람이 불어오는 한강변으로 나선다. ‘달리는 일’은 온전히 자신과의 싸움이지만 밖에는 ‘동료’가 많다. 가벼운 눈인사를 하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 보면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괴로움도 어느새 잊고 만다.

이 씨와 같은 ‘나포츠’족이 늘고 있다. 주로 종일 실내에 앉아 있는 30~40대 직장인들이다. 건강ㆍ여가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한다. 이들은 저녁 술자리 대신 ‘달리기’를 택했다. 피트니스센터 러닝머신보다 흙 밟기를 더 선호한다. 여기엔 등산ㆍ캠핑 등 아웃도어 열풍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가벼운 운동화 한 켤레만 준비하면 되니, 무엇보다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무더운 여름밤을 이기는 가장 경제적이고 건강한 방법이다. 

“비가 많이 온 최근 몇 주 동안 실내 피트니스센터를 이용했어요. 안 하는 것보다야 나았겠지만 갑갑하더라고요. ‘나포츠’족의 즐거움은 ‘자연’에 있어요. 어둑어둑해지는 강변에서 ‘진짜 바람’을 맞으며 달려야 ‘제맛’이죠.” 

[사진제공=아디다스]

이 씨는 러닝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주말엔 ‘젊은 러너들의 모임’이라는 동호회 활동도 한다. 토요일 낮, 15~20명의 직장 남녀들이 함께 ‘뛴다’. 목표를 정해놓고 뛰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씩 자연스럽게 동기 부여가 된다. 평소 2~3㎞를 달리는 이 씨도 모임 때는 5㎞도 거뜬하다. 회원도 전부 주중 야간 러닝을 즐기는 ‘나포츠’족이다.

“최신 러닝화 정보도 교환하고, 더 잘 달릴 방법도 연구해요. 주중 혼자 하는 러닝이 느슨해지거나 하면 다른 회원의 모습을 보고 스스로를 채찍질할 수도 있고요. 최근엔 ‘나포츠’족이 늘어서인지 이와 관련한 패션ㆍ기능성 아이템을 시착해보는 회원도 늘고 있어요.”

‘젊은 러너’들을 겨냥한 ‘나포츠’ 전문의류를 출시하는 브랜드도 급증하고 있다. 40~50대 소비자를 주축으로 하는 등산복ㆍ등산화 인기 못지않다. 기존 아웃도어ㆍ스포츠용품의 기능성은 그대로 지니면서 빛 반사 소재를 적용해 ‘야간 러닝’의 안전성을 강화했다. ‘발광’ 효과가 있는 러닝화는 이미 나포츠족의 필수품이다. 여기에 밤에도 주목도를 높일 수 있도록 빛 반사 소재가 들어간 재킷ㆍ셔츠ㆍ팬츠 판매율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또, 나이트러너들을 위한 달리기 이벤트도 인기다.

지난 6월 야간 트레킹 이벤트를 실시한 아웃도어 브랜드 이젠벅의 경우 같은 달 ‘나포츠’용품 판매가 전월 대비 5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젠벅 관계자는 “아웃도어 활동이 생활화되면서 여름철에 보다 시원하게 운동을 즐기기 위한 방법으로 나포츠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고양이 눈’에서 착안한 야광 러닝화를 출시한 푸마도 오는 9월 대규모 ‘나이트런’ 대회를 앞두고 있다.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7000여명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는 자연과 야생을 느낄 수 있는 7㎞ 코스로 이뤄져 있다. 낮이 아닌 밤에 이뤄지는 행사인 만큼 준비도 철저하다. 참가자들이 미드풋 러닝법(중간발 착지)을 배우고, 안전 교육도 받을 수 있는 ‘나이트 트레이닝 데이’를 대회 시작 전 6주간 진행한다.

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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