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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열대야 큰 장(場)이 섰다…홈쇼핑 열전 “야(夜)한 가격으로 모십니다”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네, 지금 전화기 드신 분들까지만 주문 받겠습니다. 오늘은 3시까지 하려고 했는데 15분이나 일찍 끝났네요.”

열대야가 한창이던 지난 18일 새벽 2시 45분. CJ오쇼핑의 패션상품 간판 쇼호스트 임세영 씨는 준비한 3가지 색상의 오리털 베스트가 방송 15분을 남기고 ‘완판’되자 웃음을 띄며 서둘러 방송을 마쳤다. 예정된 시간보다 앞당겨 물량이 다 팔려나가서다. CJ오쇼핑은 이날 새벽, 앞서 판매한 가을 사파리ㆍ니트재킷을 포함해 1시간 25분 동안 4억원이 넘는 주문 금액을 기록했다. 새벽이라는 시간대가 무색할 정도로 낮 방송 주문금액과 동일한 수준이었다.

한 여름밤, 홈쇼핑의 열기는 열대야보다 뜨겁다. 8월은 본격적인 휴가철이어서 TV 시청이 줄어들지만, 열대야 현상 탓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고객들이 홈쇼핑 채널에 시선을 고정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 이에 ‘올빼미족’을 잡기 위한 홈쇼핑의 싸움이 그 어느 때보다 후끈 달아오른다. 열대야의 새벽엔 매출이 두자릿수로 늘어나 말 그대로 ‘큰 장’이 서는 것이다. 최근엔 TV 뿐만 아니라 인터넷, 모바일로 쇼핑을 하는 ‘신(新) 올빼미족’도 늘어나고 있어 이에 대응하려는 홈쇼핑 업계의 모습도 눈에 띈다.

홈쇼핑 업체들의 여름밤이 화려하다는 건 수치로 확인된다. CJ오쇼핑에 따르면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5월과 열대야가 시작된 같은 해 8월을 비교한 결과, 심야방송(0시~2시)의 평균주문 건수는 8월이 5월에 비해 약 36% 많았다. 특히 올해는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일찌감치 열대야가 시작되며 방송 평균 주문 건수는 작년 동기(7월) 대비 약 30% 증가했다. GS샵도 예년의 경우 열대야가 나타나면 심야시간 매출이 15~20% 증가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6월 새벽에 생방송으로 판매한 스탈렛애쉬 양가죽 슈즈(6만8000원)가 매출목표 대비 120%를 달성했다. 총 주문금액은 약 1억원으로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사진설명>CJ오쇼핑의 간판 쇼호스트 임세영(왼쪽)씨가 지난 18일 새벽 진행한 오리털 베스트 판매 생방송이 예정된 시간보다 15분 일찍 마감되자 활짝 웃고 있다. 새벽 2시 45분을 가리키는 무대 뒷편 시계가 ‘밤을 잊은’ 한 여름밤 홈쇼핑의 뜨거운 열기를 대변하고 있다. [사진제공=CJ오쇼핑]

최진영 롯데홈쇼핑 편성전략팀장은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장마철 고온다습한 열대야 현상으로 새벽까지 깨어있는 고객들이 늘어남에 따라 새벽특수를 맛보고 있다”고 말했다.

홈쇼핑은 야밤의 젊은층을 노린다. 신희권 CJ오쇼핑 편성팀장은 “야간활동이 많아지는 여름에는 주부들보다 20~30대 젊은층의 구매비율이 높아진다”며 “이를 대상으로 한 중저가 패션상품과 디지털 제품의 편성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CJ오쇼핑은 2년 전부터 일주일에 평균 2~3회씩 오전 2시께 ‘최저가 아울렛’을 운영해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오후 8시~10시까지 이어지는 ‘골든 타임’보다는 덜하지만 시즌 별 패션상품을 특가로 구성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GS샵도 촘촘한 열대야 마케팅을 준비했다. 생방송 시간을 기존 새벽 2시에서 2시30분으로 30분 연장했다. 초과근무를 해야 하는 홈쇼핑 직원들에겐 여름 휴가를 최대 2주까지 유연하게 쓸 수 있도록 인센티브제까지 도입했다.

GS샵은 특히 매주 금ㆍ토요일 심야 시간대에는 여행상품을 고정 편성하고 디지털 카메라 등 디지털 가전 판매방송으로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김수택 GS샵 편성전략팀장은 “지난 7월은 서울 경기지역에 장마가 집중되는 바람에 열대야 특수가 실종됐지만 8월부터 폭염과 열대야가 예보되고 있어 열대야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롯데홈쇼핑도 심야 생방송 시간을 예년보다 한 시간 늘렸다. 이미 6월 14일부터 매주 화ㆍ금요일엔 새벽 3시까지 생방송을 하고 있다. 주중엔 여성을 잡기 위한 패션잡화를, 주말엔 남성 올빼미를 공략하기 위해 여행ㆍ레저상품을 판매해 효과를 봤다. 주중 핸드백ㆍ의류ㆍ선글라스같은 패션 상품을 최대 50%까지 할인하는 아울렛 특집방송으로, 예상을 웃도는 매출을 기록했다.

최근엔 TV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야밤 쇼핑’의 열기가 대단하다. CJ몰에서 지난달 22일부터 운영을 시작한 ‘야(夜)한 특가’ 기획전은 오후 6시~다음 날 오전 8시까지 6개 상품을 특가로 판매하고 있다. 매일 다른 카테고리의 상품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대80%까지 할인받을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장혜은 CJ오쇼핑 e마케팅팀 장혜은 대리는 “이번 심야 기획전을 통해 평소에 비해 30% 정도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더운 날씨가 지속되는 8월 중순까지 지속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커머스도 심야의 쇼핑문화를 소리 없이 변화시키고 있다.

‘모바일 올빼미족’도 무시할 수 없다. CJ오쇼핑이 올해 상반기 모바일 고객들의 구매성향을 분석한 결과, 전체 취급고의 약 16%는 자정~오전 6시 사이에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터넷(9%)이나 TV(10%)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이다.

김성욱 e커머스기획팀장은 “잠들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을 들고 들어가는 고객들이 점점 많아지는 만큼 하반기에는 여기에 특화된 마케팅을 강화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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