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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민주화 ‘행동’에 나선 국민연금…의결권 강화 量에서 質로 무게 이동
[헤럴드경제=김우영ㆍ양대근 기자] 운용기금 400조원의 ‘거인’ 국민연금이 내딛는 발걸음에 시장이 쿵쾅거리고 있다. 그간 침묵을 지켜온 국민연금이 박근혜정부의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목소리를 제대로 내기 시작했다. 적극적인 주주로 변신중인 국민연금의 행보가 총수의 전횡을 견제하고 기업 지배구조를 투명화하는 측면에선 바람직하지만 일각에선 현 정부와 코드맞추기의 일환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의결권 강화 나선 국민연금=국민연금의 ‘행동’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 2분기 기준 국민연금이 9%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모두 48개사로 제일모직(9.80%), 삼성SDI(9.14%), LG전자(9.44%), SK케미칼(9.27%) 등 대기업 계열사가 다수 속해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연초부터 이달 말까지 총 13차례에 걸쳐 대기업 오너들의 이사 재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6월에 열린 현대증권 주주총회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에 대해 국민연금은 ‘과도한 겸임’을 이유로 반대표를 행사했다. 2년전 정기 주총에서 국민연금은 같은 건에 대해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SK C&C 이사 재선임 건과 관련해서도 국민연금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권익을 침해했다”면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이사 선임 당시 최 회장이 횡령ㆍ배임 혐의로 기소된 상황에서도 ‘중립’ 의견을 냈던 것과 180도 달라진 것이다.

질적인 면에서도 달라지고 있다. 국민연금이 공시한 ‘국민연금기금 운용현황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올해 의결권 반대 비중은 11.78%로 작년의 17%보다 줄어들었다. 그러나 기업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사 및 감사 선임의 건’에 대해 올들어 7월말까지 156건의 반대표를 던지며 작년 123건을 벌써 넘어섰다. 


▶국민연금, 책임투자 나서나=국민연금은 기금운용위원회를 통해 자금 운용을 결정한다. 10%룰(특정 기업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경우 거래 내역을 5거래일 안에 공시해야 하는 의무)이 올해부터 완화되는 것과 맞물려 기업과 시장에 미치는 국민연금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지수 경제개혁연대 변호사는 “유럽과 미국의 연기금들이 지분이 많아서 시장 영향력이 큰 것이 아니다”면서 “공적 성격을 띤 연기금들이 나서는 순간 시장의 많은 투자자와 펀드들이 추종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의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은 애플 주식을 단 0.26%만 보유했음에도 주주 과반수가 찬성해야 이사 선임이 가능한 ‘다수결의제’ 도입을 요구해 관철시켰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일부 대기업의 잘못된 경영권 행사 관행에 제동을 걸 것이란 기대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국민을 대신해 ‘1주 1표’란 자본주의의 기본을 세우는 것이 박근혜정부의 경제민주화와 맥을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국민연금의 이 같은 ‘행동’이 새정부와 ‘코드 맞추기’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박근혜 정부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공적 연기금의 의결권 강화를 국정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국민연금 측은 “국민연금은 기업의 장기가치를 침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의결권의 합리적인 행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전문가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듣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주권 행사 기준과 절차를 투명하게 하는 방안을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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