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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전창협> 실패만 하는 국가
전 세계 숱한 나라에서 번역돼 그 나라 지성들에게 크고 오랫동안 영향을 끼칠 책에서도조차 북한은 인간들이 살기 끔찍한 나라라는 이미지나, 실패의 원형으로 각인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럽다.


무기, 병균, 금속을 코드로 인류 문명사를 분석, 퓰리처상을 받은 ‘총, 균, 쇠’로 유명한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최신작 ‘어제까지의 세계’ 역시 흥미롭다. 700쪽이나 되지만 술술 읽히고, 휴가철 읽은 만한 책으로 곳곳에서 꼽힐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문명 이전인 ‘야만’의 세계에서 해법을 찾으려는 메시지도 묵직하다.

책에는 흥미로운 사진이 한 장 있다. 1933년 유럽탐사대를 만난 뉴기니 고원지대 원주민이 백인을 처음 보고 공포에 질려 울부짖는 모습이다. 자신들만이 이 세상에 산다고 생각했던 그들에게 흰 피부를 갖고 있는 사람과의 조우는 공포였다. 그들은 사람이 죽으면 피부가 하얗게 변해, 망자들의 세계에 넘어간다고 믿었으니, 울부짖을 만도 하다.

잘 넘어가던 책장은 어느 한 대목에 이르러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전통 사회 사람들은 우리에 비해 외부세계에 대한 지식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들은 지금 북한보다 더 엄격하게 바깥 세계를 친구와 적과 이방인으로 구분했다”란 대목이다. 다이아몬드의 이름만큼이나 세계 곳곳에서 번역됐을 이 책에서 북한은 백인을 만나 울음을 터뜨렸던 뉴기니 원주민들 못지않게 폐쇄적인 사례로 사용된 셈이다.

지난해 출간돼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비유될 정도로 전 세계에서 화제가 됐던 대런 애스모글루 MIT 경제학과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가 함께 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도 북한이 자주 등장한다. 이 책에도 한 장의 인공위성 사진이 등장한다. 가운데를 경계로 한밤중에 대낮 같은 남쪽, 칠흑 같은 어둠에 싸인 북쪽이 대비돼 있다. 남쪽은 유럽연합의 평균소득에 뒤지지 않지만. 북쪽은 아프리카나 방글라데시 같은 나라와 다를 바 없다. 평균수명도 남이 북보다 10년이나 더 길다. ‘38선의 경제학’을 통해 한반도 남과 북이 부국과 빈국으로 나뉜 것에서 국가 흥망의 기원을 일반화시켰다.

올해 퓰리처상에도 북한이 화제가 됐다. 퓰리처상 사상 처음으로 북한을 소재로 한 소설 ‘고아원 원장의 아들’이 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북한의 고아원에서 성장한 뒤 군인, 스파이로 살아가게 되는 준도라는 인물이 주인공이다. 스탠퍼드대 교수이자 이 소설의 작가인 애덤 존슨은 인터뷰에서 이 책을 쓰면서 “내가 북한에서 태어났더라면 내 삶이 어땠을까”란 질문을 계속했다고 한다.

동구 붕괴 이후 서구영화에서 북한이 새로운 악당으로 등장한 것은 오래됐고, 북한 지도자가 TV에서 코미디 소재로 쓰이는 것도 이젠 흔하다.

하지만 전 세계 숱한 나라에서 번역돼 그 나라 지성들에게 크고 오랫동안 영향을 끼칠 책에서도조차 북한은 인간들이 살기 끔찍한 나라라는 이미지나, 실패의 원형으로 각인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럽다. 해외에선 아직도 많은 이들이 ‘코리아’의 남북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지는 남아있지만 개성공단이 폐쇄수순으로 밟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실패를 거듭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북한당국의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기대해 보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 더욱 안타깝다.

jlj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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