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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명보도 피해가지 못한 과제물, 골결정력
홍명보 감독도 어쩔 수 없이 똑같은 숙제를 받아들었다. 28일 일본전서 모든 축구팬들이 떠올린 한 단어는 ‘골 결정력’이었다.

홍명보호가 희망과 과제를 동시에 안은 채 첫 시험무대인 2013 동아시아연맹(EAFF) 축구선수권대회를 마쳤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8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일본과 2013 동아시안컵 남자부 3차전에서 1-1로 팽팽하던 후반 종료 직전 뼈아픈 결승골을 허용하며 1-2로 졌다. 한국은 2무1패(승점 2)에 그치며 일본(2승1무·승점 7), 중국(1승2무·승점 5)에 이어 3위에 머물렀다. 일본은 대회 첫 정상에 올랐다. 한국은 최근 일본과 4차례 맞대결서 2무2패로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의 경기 운영 능력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3경기 1골. 우리와 마찬가지로 국내파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린 일본은 3경기서 8골을 터뜨리는 화력을 뽐냈다. “득점이 많이 나지 않았지만 공격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전체적으로 잘 됐다”는 홍명보 감독의 자평대로 대표팀은 공격과 미드필더, 수비 라인의 간격을 촘촘하게 유지하며 인상적인 패싱게임을 선보였다. 하지만 홍명보호의 원톱 스트라이커 자원 3명은 단 한 골도 뽑지 못했다. 3경기서 차례로 원톱 선발로 나선 김동섭(성남)과 서동현(제주)은 골을 넣지 못했고, 3경기 모두 조커로 투입된 장신공격수 김신욱(울산)도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유일한 골은 왼쪽 측면공격수 윤일록(서울)의 몫이었다. 이용수 KBS 해설위원은 “중앙에서의 짧은 패스 연결과 측면에서의 2대1 플레이 등 슈팅을 만드는 과정은 좋았다. 하지만 골이 터지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김대길 KBS N 해설위원은 “측면 크로스 빈도수는 많았지만 목표가 정확하지 못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도 프리킥 자체는 날카롭고 속도가 좋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파괴력있게 경합하지 못했다. 전방 원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가장 시급한 숙제로 남았다”고 했다.

홍명보 감독 역시 원톱에 대한 고민을 비쳤다. 일본전 후반 25분 김동섭을 빼고 조영철을 투입하며 ‘제로톱’을 가동한 것. 고정된 원톱 대신 미드필더 숫자를 늘려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득점을 노린 것이다. 훈련시간이 짧아 기대한 효과는 거두지 못했지만 브라질월드컵을 겨냥한 홍 감독의 지향점을 엿볼 수 있었다. 홍 감독은 대회 도중 “8, 9, 10월 어느 시점에는 중대한 판단을 내려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로톱’ 운영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졌다. 박주영 손흥민 등이 미드필더들과 수시로 포지션을 변경하며 공간을 만들고 공격 물꼬를 튼다면 다양한 옵션이 가능하다. 김대길 위원은 “홍명보호의 원톱이 다른 포지션들에 비해 유독 힘을 못썼다. 현대 축구 흐름에 따라 제로톱 카드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비록 골 결정력에선 답답함을 보였지만 희망도 있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번 대회를 자신의 색깔을 드러냈다. 선수들 움직임이 한층 빨라지고 간결해졌다. 공수전환 속도가 높아졌고 압박도 강해졌다.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90분 내내 상대를 압박하면서 빠른 좌우 측면 돌파와 간결한 패스워크를 통해 골 기회를 만들어냈다.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을 치르면서 한국 축구의 고질병처럼 자리잡은 백패스와 무리한 드리블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박진감 있게 경기가 진행됐다. 홍명보 감독이 추구하는 ‘한국형 축구’의 밑그림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김대길 위원은 “홍명보 감독이 자기 색깔을 충분히 보여줬다. 패싱게임을 위주로 하고 측면 공격수와 윙백 사용 빈도를 높였다.마치 런던올림픽 때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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