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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P라도 더…금리 노마드족 ‘4% RP 〈환매조건부채권〉 ’잇단 노크
증권사마다 환매조건부채권 특판
원리금 상환보장에 우량채권으로 구성
KDB대우증권 29주 연속 매진 행렬
삼성·우리투자 RP에도 고객들 몰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현금성 자산을 쌓아두기만 한 40대 직장인 권모 씨는 최근 지인으로부터 솔깃한 정보를 들었다. 증권사에서 ‘원금+연 4% 수익’을 보장하는 상품이 있다는 것이다. 시중 은행 예금금리가 2%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권 씨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가 찾은 상품은 증권사들이 내놓은 특판 RP(환매조건부채권)다.

RP는 일정 기간 후에 채권을 다시 사들이는 조건으로 판매하는 금융상품이다. 상환 시 미리 약속한 금리를 지급한다. 예금자보호법의 적용을 받지는 않지만 금융채 등 비교적 우량 채권으로 구성돼 안전성은 높다. 무엇보다 증권사들이 내놓은 특판 RP는 4% 정도의 수익에 증권사가 원리금 상환을 보장하기 때문에 증권사가 문을 닫지 않는 한, 손실이 날 걱정은 없다. 만기 전에 언제든 자금을 빼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중도 환매를 할 경우 금리는 애초 약정된 것보다 낮아진다.

증권사의 특판 RP가 안전성을 갖추면서도 예금금리보다 수익률이 더 높은 것은 상품의 목적 자체가 마진보다는 고객 유치에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역마진을 감수하면서도 자산을 늘리기 위해 내놓는 일종의 미끼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판 RP가 신규 및 휴면 고객이나 증권사가 추천하는 상품에 일정 금액 이상 가입해야만 구매할 수 있고, 1인당 구매도 1억원 안팎으로 제한한 이유다. 증권사 입장에선 일단 매력적인 상품으로 자금을 유치한 뒤 만기 이후 이 자금이 펀드나 기타 다른 상품으로 계속 유지되길 바라는 것이다.


증권사의 주력 상품이 아니었던 특판 RP가 최근 주목받는 것은 증권사와 자산가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이 동반 침체하면서 안전하면서도 조금이라도 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찾는 수요를 증권업계가 발 빠르게 충족시키는 것이다.

매주 월요일 오전 120억~150억원 규모의 특판 RP를 예약받는 KDB대우증권의 경우 29주 연속 매진 행렬을 기록하고 있다. 경쟁률이 2대 1에 달하면서 예약 개시 1분도 안 돼 마감되기 일쑤다. 삼성증권은 지난 5일부터 국내 주식형 펀드나 랩, 채권 등에 가입해 예탁 자산이 1억원 이상일 경우 연 5% 수익을 보장하는 RP를 판매하고 있는데 벌써 500억원가량 팔려나갔다.

우리투자증권 역시 다음달까지 펀드나 랩 등 주식형 상품에 가입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특판 RP를 판매하고 있다. 수익률은 연 3.5%로 다른 특판 RP에 비해 낮지만 인기는 만만치 않다. 지난 2월 현대증권은 애초 총 1000억원 규모의 특판 RP를 200억원씩 나눠 판매할 예정이었지만 첫 판매물량이 금세 동나자 아예 나머지 800억원 물량은 한꺼번에 설정해 판매하기도 했다. 이들 특판 RP는 광고를 하거나 고객 유치 행사를 하는 것도 아니지만 알음알음 입소문이 퍼지면서 적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판 RP를 잡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특판 RP를 내놓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병훈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부 차장은 “특판 RP는 그때그때 회사 내에서 측정한 리스크 수준에 맞게끔 한도가 정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특판 RP가 본래의 목적인 고객 유치와 그로 인한 자산 증대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규 자금이 유입돼 다른 상품으로 흘러가면 다행이지만 투자자가 특판 RP로 ‘단물’만 먹고 만기에 이탈하면 증권사로선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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