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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튀르, 길거리 패션을 탐하다…‘어게인 1960’
쿠튀르(couture), 즉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1960년대로 돌아가고 있다. 단순한 ‘레트로(복고)’ 열풍이 아니다. 1960년 이브 생 로랑(1936~2008)이 디오르의 6번째 컬렉션에서 검은색 ‘퍼펙토 재킷’을 선보였을 때와 비슷한 무드다. 검정 밍크 털이 덧대어진 이 악어가죽 의상은 고급스러운 스타일이었지만, ‘시대의 반항아’ 말론 브랜도 주연의 영와 ‘와일드 원(1954년 개봉)’을 연상시켰다. 이는 젊은 노동자 계급의 옷을 발전시킨 것이다. 길거리 문화에서 파생된 패션을 파리 살롱에 전달한 최초의 파격. 당시 이 재킷은 외면당했지만, 이후 ‘거리 패션’은 세계 패션 흐름의 한 축이 되었다. 이번 시즌,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은 또 다시 ‘거리’와 조우하고 있다. 펑크, 히피, 힙합 등 젊은 층의 특수한 정체성과 의식을 표현한 ‘스트리트 패션’에서 영감을 얻거나 야구, 농구 등 스포츠 의류와의 믹스매치 등을 통해 보다 새롭고 독창적인 시도를 꾀하고 있다. 런웨이 위는 이제 보기에도 좋고, 또 입기에도 편안한 옷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물론, 1960년대 이브 생 로랑이 하위문화를 주제로한 디자인을 발표했을 때처럼 당혹스러워하는 사람들은 이제 없다. 또한, 디오르 하우스의 생 로랑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의 디자이너들은 당분간 브랜드에서 쫒겨날 일도 없어 보인다.

# 쿠튀르와 스트리트의 만남…‘어게인 1960’=하위문하 패션과 거리 스타일이 런웨이 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1960년대. 요즘 패션계를 들여다보면 ‘어게인 1960’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록ㆍ펑크ㆍ히피ㆍ힙합 등 젋은 층의 문화에서 파생된 ‘스트리트 패션’이 디자이너 브랜드로 대표되는 ‘쿠튀르’와 만나 자유분방한 런웨이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큼지막한 글자체를 새긴 티셔츠,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체크셔츠가 등장하거나 격식을 갖춘 슈트에 화려한 프린트 등 펑크적인 요소가 가미된 ‘믹스매치’다. 


3.1 필립 림은 원단을 자르고 접는 ‘컷업(cut-up)’ 기법으로 자유분방한 스트리트 패션과 하이 패션 사이의 머무르는 오묘한 긴장감을 표현했다. 상의는 커다란 글자체 속에 꽃문양이 들어간 캐주얼 티셔츠. 여기에 여러장의 천조각을 붙여놓은 듯한 배기팬츠(자루처럼 넉넉하고 폭이 넓은 바지, 허벅지 위가 특히 넓다)를 매치해 편안한 실루엣을 연출했다.

드리스 반 노튼은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체크 셔츠에 쿠튀르적인 고급스러움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맥시 스커트를 짝지었다. 여유로움이 살아있는 캐주얼 패션이다. 요지 야마모토는 보헤미안 스타일의 컬렉션을 선보였다. 슬리브리스 티셔츠에 풍성함이 살아있는 하렘팬츠(발목 부분을 끈으로 묶게 된 통이 넓은 바지)를 매치하고, 챙이 넓은 페도라와 체크 패턴의 스카프를 매치해 스트리트 패션의 ‘자유로운’ 특성을 마음껏 살렸다.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는 형형색색 화려한 프린트가 수놓아진 슈트로 승부했다. 


# 쿠튀르-스포티즘…보다 입기 편한 옷으로 진화=이번 시즌 런웨이 위에 펼쳐지는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은 보다 ‘입을만한 옷’에 집중했다. 하이엔드 패션이 운동복과 같은 요소들을 입었다. 이른바 ‘쿠튀르-스포티즘’이다. 헬스장에서 입을 법한 러닝팬츠, 아웃도어용 사파리 점퍼, 야구선수 유니폼과 같은 다양한 스포츠 의류가 런웨이에서 우아한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실용성과 신선함을 더한것은 당연하다.

스텔라 맥카트니는 맨투맨 티셔츠를 활용한 베일드 룩(veiled lookㆍ시스루룩보다 정도다 약화된 보일듯 말듯 가린 패션)을 선보였다. 여성들의 속치마로나 쓰일까. 속이 비치는 안감을 활용해 은근한 섹시미를 선사하는 베일드 룩을 활동적인 맨투맨 티셔츠 디자인으로 연출했다. 여기에, 오렌지색 드레스를 겹쳐입어 시원하면서도 여성스럽다. 모스키노 칩앤시크는 네온 컬러의 열대 과일 프린트를 입은 재킷과, 같은 컬러가 들어간 러닝 반바지를 매치했다. ‘상큼 발랄’한 쿠튀르 스포티즘룩이다. 이를 세련된 클러치백과 슈즈로 중화시킨 것도 포인트. 알렉산더 왕은 더욱 파격적이다. 야구 유니폼을 연상시키는 검은 티셔츠 위에 빨강 줄무늬가 경쾌하다. 무릎을 덮는 길이의 검정 버뮤다 팬츠, 복사뼈까지 올라오는 부츠를 매치해 지적이면서 재치있는 스타일이다. 


에밀리오 푸치는 스타디움 점퍼(야구 점퍼)를 여성스럽게 변형시켰다. 본래 이 점퍼는 짧은게 대부분인데, 이를 무릎 위까지 내리고 광택이 흐르는 소재를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에밀리오 푸치만의 전매특허인 동양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자수 장식이 돋보인다. 폴앤조는 시원한 컬러감의 사파리 재킷과 맥시 스커트를 매치해 ‘낭만적인’ 스포티 룩을 선보였다. 겐조는 아웃도어 스타일을 차용했다. 주머니가 달린 아웃도어 재킷에 네온 컬러로 이루어진 호피무늬를 입혔다.

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 [사진제공=신세계인터내셔날ㆍ겐조ㆍ폴앤조ㆍ모스키노 챕앤시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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