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등 안방극장 사로잡았던 스타PD…출연료 미지급 등 경제적 문제 시달리다 숨진채 발견
2013년 7월 23일, ‘모래시계’는 멈춰 섰다. 한국 드라마 역사를 새로 쓴 스타 PD였고, 톱배우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부르던 김종학 PD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틀만 머물겠다”던 3평 남짓한 원룸 고시텔에서 맞은 쓸쓸한 마지막. A4 용지 4장 분량의 유서엔 “미안하다”는 말만 남겨 있었다. 굴곡진 삶이었다. 수많은 역작을 쌓아올리며 방송가에 스타 PD 시대를 연 이름이었고 배임 횡령, 출연료 미지급 문제가 뒤엉킨 송사의 주인공이었다.경희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김 PD는 1977년 MBC에 입사해 드라마 PD로 연출인생의 문을 열었다. 81년 ‘수사반장’으로 연출가의 입지를 다진 그가 스타 PD로 발돋움하게 된 것은 91년 ‘여명의 눈동자’를 만나면서다. 송지나 작가와 콤비를 이뤄 최고 70%의 시청률 성적표를 적어낸 ‘여명의 눈동자’는 화려한 스케일의 ‘대작 드라마’ 시대를 연 첫 작품이었고, 김 PD 드라마 인생의 첫 번째 전환점이 된 작품이기도 했다. ‘여명의 눈동자’ 이후 그는 프리랜서 연출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독립 이후엔 본격적인 ‘김종학 시대’가 열렸다. 95년 ‘귀가시계’로 불리던 SBS ‘모래시계’의 탄생. 다시 한 번 송 작가와 손을 잡은 이 드라마는 평균 45.3%, 최고 64.5%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김종학 신드롬’을 불러왔다.
김명섭기자 msiron@heraldcorp.com |
98년 ‘백야 3.98’을 연출한 이듬해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드라마 제작사인 김종학프로덕션을 설립했다. 2009년까지 대표이사를 맡으며 인생의 또 다른 문을 열었지만 이 기간에도 그는 연출에 대한 열정을 멈추지 않았다. 2007년엔 55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투입해 MBC ‘태왕사신기’를 연출, 35.7%의 최고 시청률을 써내며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김 PD는 이 드라마를 통해 자금난에 시달리게 됐다.
최근 생활은 더 고단했다. 지난해 판타지 사극 ‘신의’로 5년 만에 복귀했지만 시청률(10%대)은 초라했다. 종영 이후 ‘신의’의 배우들은 6억4000만원의 출연료를 받지 못해 제작사였던 신의문화산업전문회사와 김 PD를 상대로 배임 횡령 혐의에 사기 혐의를 덧씌워 고소했다.
김 PD의 마지막에 연예계와 방송가는 비통함에 잠겼다. 방송가는 고인을 ‘사회성과 대중성의 조화를 일궈낸 타고난 드라마 PD’ ‘한국 드라마의 새 역사를 쓴 천재 PD’로 기억한다. 그의 손을 거쳐 갔던 배우 고현정 등을 비롯한 숱한 톱배우들은 눈물로 고인을 배웅하고 있다. 발인은 25일이고, 장지는 경기도 성남 영생관 메모리얼파크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