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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국민정서법’으로 다스릴 史草 실종사건
이른바 사초(史草) 실종사건이 또 다른 국면에 처했다. 2007년 노무현-김정일 회의록이 국가기록원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문제를 키웠던 문재인 의원이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면서부터다. 문 의원은 23일 “이제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을 끝내자”고 했다.

문 의원은 회의록 원본을 찾아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발언을 하지 않았음을 밝히자며 국가기록원에 대한 정밀탐색을 그 누구보다도 앞장서 주창한 이다. 그의 단호한 입장은 상당한 호응을 받았고, 사태의 반전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낳게 한 게 사실이다. 그러던 문 의원이 NLL 사태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톡톡히 재미를 본 이상 이쯤에서 논란을 접자는 식의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문 의원의 이런 행태는 중량감 있는 몇 안 되는 정치지도자 중 한 사람이라 믿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불과 일주일 전에 자신의 트위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며 대놓고 국민 앞에 억울함을 하소연하기조차 했다. 여야가 공정한 배율로 열람팀을 꾸려 국가기록원의 자료를 전수 조사한 결과, 끝내 문제의 회의록 실체를 찾지 못한 것이 큰 계기가 됐겠지만, 이보다는 노 전 대통령의 청와대에서 회의록 최종본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조명균 전 대통령 안보정책비서관이 “노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회의록을 삭제했다”는 진술을 올해 초 검찰에 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상황인식을 새롭게 했을 개연성이 커 보인다.

민주당의 처신으로 따지면 문 의원은 그 일부분일 뿐이다. 전병현 원내대표의 경우 최종 열람결과가 채 나오기 전에 사초 실종은 이명박정부의 소행이라 큰소리 쳤고 당직자들은 입을 모아 맞장구치기 바빴다. 물론 저간의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고위 당직자의 처신이라 하기에는 경솔한 면이 없지 않았다. 이러니 민주당의 정치적 행태에 경박하다는 지적이 늘 뒤따르고 또 많은 국민으로부터 수권정당으로서의 정치력을 여전히 의심받는 것이다.

갈 길은 보다 분명해졌다. 노 전 대통령의 분신임을 자처하는 문 의원은 있는 그대로 진실을 밝혀야 할 책무가 있고, 또 국민 앞에 최소한 유감표명까지는 하는 것이 정치적 도리다. 국정원에 보관 중인 녹음파일까지 공개함으로써 NLL논란에 대해 일대 종지부를 찍을지 여부와는 별개로 사초 실종에 대한 진실 규명은 국가의 기본질서를 잡는 차원에서라도 철저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국민정서법’으로 사태를 직시하면 옳은 답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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