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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트로이트/이해준 문화부장
디트로이트 건설의 역사는 300여년 전인 1701년 안토앵 드 라 모트 카디약이라는 한 프랑스 관리가 캐나다에 살던 51명의 프랑스인과 함께 이주하면서 시작됐다. 세인트클레어호와 5대호의 하나인 이리호를 연결하는 디트로이트강 강변에 위치한 디트로이트는 주민들이 농업과 상업을 영위하며 이후 1백여년 동안 아주 천천히 성장했다. 1800년대 초반까지 인구가 1500명 안팎에 불과했다.

디트로이트가 본격 성장한 것은 1800년대말~1900년대 초였다. 특히 1903년 포드자동차가 이곳에 설립되면서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 급성장해 1930~1950년대 전성기를 누렸다. 인구는 1900년 28만여명에서 1950년 185만명으로 대폭발했다. 자동차의 도시를 의미하는 ‘모터 시티(Motor City)’, ‘모타운(Motown)’이라는 별명과, 스포츠 강팀이 많아 ‘챔피언의 도시’라는 별명도 얻었다.

디트로이트의 쇠락이 시작된 것은 바로 이때였다. 일본과 유럽의 공세에다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미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노사갈등과 인종갈등이 심화하면서 백인 부유층과 중산층이 도심을 빠져나가면서 도시가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했다. 특히 디트로이트의 상징인 자동차의 보급과, 도심과 교외를 연결하는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도시공동화가 심화됐다. 1990년대 신경제 호황기에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추세를 돌려놓지는 못했다. 인구도 50여년 전보다 60% 이상 줄어든 70여만명에 불과하며, 폐허로 변한 건물이 수두룩하다. 세수 기반이 약화돼 미 역사상 최대규모의 도시파산이 선고된 것은 예고된 일이었다.

디트로이트는 한 도시나 지역이 특정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사회갈등을 해소할 리더십과 비전이 없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그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잘 나갈 때 나타나는 작은 균열도 경제가 어려워지기 시작하면 지진으로 변해 대재앙을 불러온다. 지금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한국의 자동차 메카 울산이나 철강의 메카 포항, 광양 같은 도시들도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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