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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득세 영구 인하.. 부동산시장 살아날까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22일 오후 서울 지하철4호선 길음역 주변 온누리공인. 주변 중개업소 공인중개사들이 모여 이날 정부가 발표한 ‘취득세 영구인하’ 방침에 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 중개업자는 “매매 상담을 하고 있던 고객이 취득세 인하 계획이 확정된 후 천천히 진행하자고 했다”고 울상을 지었다. 또 다른 중개업자는 “취득세를 내려주겠다고 예고한 마당에 지금 누가 주택을 사겠느냐”며 “당분간 매매계약은 포기해야할 것”이라고 푸념했다.

정부가 22일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 부동산 취득세율을 영구적으로 인하한다고 발표하자 ‘거래절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7월 비수기에 접어들어 매수심리가 바닥인데 취득세 감면 계획까지 발표됐으니 주택 수요자들이 굳이 앞서 집을 살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김성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행운공인 사장은 “최근 급매물도 다시 늘어나는 추세여서 매수자들은 더 느긋해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취득세율 영구 인하 방침을 굳혔지만 아직 인하폭, 소급 적용여부 등은 확정하지 않았다. 정부는 8월말 세부방안을 정해 9월 국회에 상정할 계획이지만 세수 감소를 우려하는 지자체의 반발 등 걸림돌이 많다. 전국 시도지사협의회는 23일 오후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취득세율 인하 논의를 즉시 중단하라고 정부에 요구할 계획이다.

정부가 취득세 인하 세부방안을 계획대로 9월 국회에 상정한다고 해도 쉽게 통과될지도 미지수다. 여당과 야당 모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자체 재정 악화 우려로 취득세 인하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은 따라서 당분간 심각한 ‘거래난’에 빠지고 ‘전세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가 많다. 취득세 인하 시행 시기가 빠르면 10월이지만, 늦으면 내년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취득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매매 수요자가 움직일 리 없다”며 “매매 대기자 일부가 전세 시장을 기웃거리면서 올 가을 전세부족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진흥실장은 “정부가 세부 계획을 확정하고 국회에서 법제화를 서두르지 않으면 혼란이 계속될 것”이라며 “소급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취득세 영구 인하 방침이 시행된다고 부동산 시장이 갑자기 활기를 띨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김상열 서울 개포동 우정공인 사장은 “취득세 일시적 감면이 있었던 지난 5~6월 주택 거래량은 늘었지만 매매 가격은 오히려 하락했다”며 “세금 감면 때문에 집값이 뛰진 않는다”고 말했다.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은 “취득세를 영구 감면하면 ‘한시감면’ 때와 달리 일시적인 수요 증가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며 “세금 감면 때문에 집값이 뛰거나 거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취득세 영구 인하 방침이 시장 정상화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지규현 한양사이버대학 부동산학과 교수는 “앞으론 취득세 일시 감면으로 주택수요자들이 주택구입시기를 앞당기거나 늦추는 왜곡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세 불확실성이 제거돼 거래 정상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 가을 관망세가 짙어지는 시장이지만 오히려 유리한 조건으로 집을 살 수 있는 시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불확실성이 커진 요즘 매수자는 급매물을 살때 협상력이 커져 더 싸게 내집마련을 할 수 있다”며 “지금 계약한다면 취득세 적용 기준인 잔금 납부 시기를 두달 이상 최대한 늘리는 등의 방법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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