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녹내장 사실상 대체약물 없어…불안한 병원들 앞다퉈 사재기
마이토마이신 공급중단 위기…안과 초비상
녹내장과 라섹, 익상편 수술에 필수적인 마이토마이신이 수입중단 위기에 처하면서 국내 안과병원엔 초비상이 걸렸다.

관련당국도 다각적인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으나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해 관련 의약품시장이 혼란에 빠지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마이토마이신이 소화기과나 비뇨기과에서 항암제로 쓰이는 경우에는 아드리아마이신이라는 대체약물이 있기 때문에 공급이 중단된다고 해도 사실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안과계통이다. 마이토마이신은 상처가 아무는 과정에서 섬유아세포의 증식을 억제하여 흉터의 생성을 막아주는 약물로 녹내장이나 익상편 수술 후, 그리고 M 라섹 수술 시에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 녹내장의 수술 성공률이 떨어지고 익상편의 경우 재발률이 매우 높아지게 된다. 라섹 수술의 경우 각막혼탁의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국내 안과병원은 초비상이다. 일부 병원과 안과의사들이 이미 사재기를 시도하는 등 매점매석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쿄와하코기린의 관계자는 “지난해 마이토마이신의 국내 공급량은 2만4800병 정도였고 이중 30%를 안과용으로 보면 1년에 안과 수요량이 8000병 정도인데 공급 중단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최근 안과 쪽에서 약 4만병를 주문하는 등 사재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특히 녹내장의 경우 대체약물도 없는 실정이라 불안감을 느낀 병원들이 물량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주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녹내장학회도 최근 공급 중단 소식에 우려를 표시하고 필수 수량인 약 4000병에 대해서는 한국쿄와하코기린에 안정적인 공급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쿄와하코기린 관계자는 “일본 본사에 녹내장에 쓰이는 최소물량 4000병과 여분 6000병가량을 다음달까지 긴급 공급토록 요청했다”며 “하지만 한국의 약가정책이 계속 유지되는 한 9월부터는 공급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쿄와하코기린은 안과업계에서 주문이 빗발치자 라섹과 익상편 등에서 쓰이는 물량의 경우 현 시스템이 아닌 한국의 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 공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마이토마이신의 경우 원래 항암제로 수입허가를 받은 약물로 안과에서 적용하기 위해 공급하는 것은 현행법상 위법 행위이다.

실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비상이 걸렸다. 식약처 의약품정책과 관계자는 “일본에서 수입이 전면중단될 경우 우선 국내에서 수입허가권을 갖고 있는 3개 업체가 일본이 아닌 유럽 등에서 원재료를 수입하는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국내 생산을 유도해서 공급하는 방안이 있고, 두 번째는 희귀의약품센터를 경유해서 공급할 수있도록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 마이토마이신을 안과용으로 공급하는 것은 현행 법률상 어렵지만 녹내장 등 안과질환이 국민건강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률적으로 공급이 가능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강남의 한 개업 안과의사는 “국민건강에 필수적인 약품의 수입이 중단될 위험에 처해있는데도 관련 당국의 대응이 너무 더디다”면서 “안과업계의 불안감이 더 확산되지 않게 보건당국이 대응책을 빨리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식약처가 마이토마이신을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해 약가를 조속히 인상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밝혔다.

김태열 기자/kt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