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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생토크> “US오픈서 자신감 회복…올 Q스쿨 도전”
상반기 부진 털고 하반기 대반전 노리는 김하늘
KLPGA 상금왕 2연패 무색
드라이버샷 난조로 매일 눈물

빨랫줄 드라이버샷 되찾자
US오픈 공동25위 ‘하늘본색’
“시즌 첫우승 곧 보여줄게요”



악몽 같은 석 달이었다.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 좀처럼 구름이 걷힐 것 같지 않았다. 기대하지 않았던 반전은 미국에서 일어났다. 다시 얼굴에 미소 가득, 설렘과 자신감을 안고 돌아왔다. ‘골프퀸’ 김하늘(25·KT). 2011, 2012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상금왕을 2연패한 그가 상반기 지독한 부진을 떨치고 하반기 대반격을 예고했다. 인천 영종도 스카이72GC에서 만난 그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한 편안한 얼굴로 말했다. “처음 밝히는 건데요, 올 연말 미국 LPGA 투어에 도전합니다!”

▶먹구름 낀 상반기=문제는 드라이버샷이었다. 4월 중순 첫 출격한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부터 불안한 기운이 느껴졌다. 처음엔 너무 추워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날이 풀려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드라이버샷이 왼쪽, 오른쪽으로 어이없이 날아갔다. 연습량이 모자라 그런가 싶어 평소의 배 이상 시간을 드라이버샷 훈련에 쏟았지만, 연습 때도 맞지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었다. 패턴은 늘 비슷했다. 3번홀까지는 파 행진을 하다가 4번홀부터 아웃 오브 바운스가 났다. ‘또 시작이구나’라는 짜증과 공포가 동시에 밀려왔다. 상반기 국내 8개 대회에 출전해 컷 통과는 단 3차례. ‘톱10’에는 한 번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상금순위는 55위로 곤두박질쳤다. 

“다른 선수들은 전반기 끝나고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있지만 전 그럴 시간이 없어요.” 김하늘은 요즘 필라테스 등으로 체력관리를 하며 누구보다도 하반기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돌아온 상금퀸’ 김하늘이 보여줄 매서운 샷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너무 창피했어요. 같이 치는 선수들한테도, 갤러리들에게도 창피한 거예요. 공이 말도 안 되게 가니까. 정말 하루도 안 빼놓고 매일 울었어요. 이렇게 해서 어떻게 골프를 하나 싶었죠.”

한숨을 내쉬는 그의 눈자위가 벌개진다. 다행히 부진의 원인을 찾았다. US여자오픈을 앞두고 혼마에서 처음 받았던 스펙으로 피팅을 다시 하고 나서야 예전 같은 ‘빨랫줄’ 드라이버샷을 되찾았다.

▶구름 뒤의 햇빛, US여자오픈=처음 밟은 US여자오픈 무대. 드라이버도 이렇게 안 맞는데 가서 뭐하나 싶었다. 연습라운드를 돈 뒤엔 자신감이 더 떨어졌다. 코스가 너무 어려워 예선 통과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회 첫날, 동갑내기 친구 김인경과 점심을 먹던 중 오전조에서 일찌감치 경기를 마친 박인비가 5언더파를 쳤다는 소식을 들었다. “둘이 깜짝 놀랐죠. 아니, 이 어려운 코스에서 인비는 어떻게 언더파를 쳤지? 그런데 그날 저는 6언더를 치고 인경이는 4언더를 친 거예요. 둘이 마주 보고 또 한참 웃었죠.” 모처럼 마음먹은 대로 샷이 날아갔다. 전반에 2타를 줄인 데 이어 후반 9개홀에서 버디를 무려 4개나 쓸어담았다. 보기 없이 버디 6개로 1라운드 단독선두. 김하늘은 그러나 남은 라운드에서 상승세를 잇지 못하고 9오버파 297타 공동 25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많이 아쉬웠죠. 그런데 한편으론 자신감이 생겼어요. 올해 국내에서 60대를 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1라운드에서 66타를 쳤거든요. 몰아치기가 나왔다는 것도 기뻤고. 만약 한국이었다면 끝까지 ‘톱5’에 들었을 텐데, 내 무대가 아니라는 생각에 좀 위축된 것 같아요.”

▶앞으로 계속 맑음, 기대되는 미국 진출=US여자오픈의 가장 큰 수확은 ‘미국에서도 통할 것 같다’는 천금 같은 자신감이었다. 얼마 전까지 했던 ‘미국에 꼭 진출해야 하나?’라는 생각은 ‘미국에 가고 싶다, 그것도 빨리!’로 바뀌었다.

“이번에 크리스티 커(미국)를 두 번째 만났는데 저더러 왜 LPGA에 안 오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멀잖아~’ 하고 장난쳤더니 막 웃어요. 그러고 나서 생각해봤는데, 이제는 가도 되겠다 싶어요. 88년생 용띠 친한 친구들도 다 미국에 있고. 그래서 처음 얘기하지만 올 연말에는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하려고요. 그전까지는 해외에 나가더라도 일본에 갈 생각이었거든요. 설레고 기대돼요.” 한 가지 걱정은 있다. 100% 토종 입맛이다. 김치찌개, 제육볶음 등 얼큰한 걸 먹어야 제대로 밥을 먹은 기분이 드는데 현지 음식에 적응할 수 있을지 고민이란다. 세련된 외모와는 또 다른 반전 매력이다.

“상반기에 힘들긴 했지만 제게 좋은 약이 됐을 거라 믿어요. 이런 아픔도 겪어봐야 나중에 후배들에게 해줄 얘기도 많겠죠? 우선 하반기에 빨리 우승하는 게 목표예요. 드라이버샷이 잡혀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석 달 내내 찌푸렸던 ‘하늘’이 비로소 맑게 개었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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