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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영화 한편에 목 맨 기업들.왜?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영화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등으로 흥행감독의 입지를 굳힌 김용화 감독의 신작 ‘미스터고’가 지난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했습니다. ‘미스터고’의 활약에는 영화인들이나 문화소비자들 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돼있는데요. 영화 흥행 성적에 따라 기업 홍보 효과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스터고’의 흥행을 기대하는 대표적인 기업은 두산입니다. 이 영화는 중국 서커스단에서 공연하던 고릴라 ‘링링’과 소녀 단장이 한국 야구팀으로 와서 엄청난 활약을 한다는 내용입니다. ‘링링’의 소속팀이 두산 베어스다 보니, 주 무대는 잠실구장이고 ‘링링’이 입는 유니폼에는 두산중공업 로고까지 나옵니다. 매 경기 장면마다 두산 유니폼을 입고 나오는 ‘링링’의 활약을 기대하다 보면 어느새 두산을 응원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두산 입장에서는 저절로 대중친화도를 얻게 되겠죠.

오리온도 대표적인 ‘미스터고’ 기대 기업입니다. 오리온의 미디어 사업부문인 쇼박스 미디어플렉스에서 이 영화를 제작, 배급했기 때문인데요. ‘미스터고’ 영화 속 구장의 펜스에는 오리온의 과자 제품 광고가 거의 매 장면마다 나올 정도입니다.

오리온은 야구와는 큰 인연이 없는 기업이지만, ‘미스터고’ 응원을 위해 최근 야구장에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자사의 영양에너지바인 ‘닥터유 에너지바’ 포장에는 ‘미스터고’ 사진이 들어갔습니다. 이달 초부터 야구장을 찾은 이들에게 에너지바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 ‘미스터고’ 흥행 무드를 다지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K는 ‘미스터고’ 제작 단계부터 참여해 적극적인 PPL을 했습니다. 미스터피자와 ‘미스터고’의 만남이 다소 ‘생뚱맞아’ 보이기도 하는데요. MPK가 ‘미스터고’ 지원에 적극 나선 것은, 중국에서의 인지도 상승을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미스터고’는 중국 소녀 배우(서교)가 출연하고, 중국 5000여개의 상영관에서 동시 상영됩니다. 개봉 첫 주를 지난 이후 분석을 보면 한국보다 중국에서의 성적이 더 좋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스터고’가 중국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킨다면 자연히 극중 펜스 광고가 수차례 나오는 미스터피자에 대한 인지도도 높아질테죠. 중국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MPK입장에서는 이만한 호재가 없다는 겁니다.

영화 한 편에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기대를 걸고 있다는 것은 ‘문화의 힘’을 입증하는 증표로 보입니다. 1994년에 개봉한 영화 ‘쥬라기공원’이 벌어들인 돈이 중형 자동차 150만대 수출로 얻는 효과와 맞먹는다는 등의 말이 전해질 때만 해도 ‘문화강국’이란 말은 그야말로 ‘남의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드라마 ‘가을동화’를 시작으로 한류 콘텐츠들이 터지면서 ‘문화의 힘’이란 말을 한국도 쓸 수 있게 됐습니다.

기업들도 문화의 힘을 봤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문화가 돈이 되고, 무한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을 본거죠. 아시아의 한류 팬들은 롯데면세점이 여는 한류스타 콘서트 티켓 경품을 받기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엽니다. 평일 낮에도 소공동과 코엑스 등의 면세점에는 한류 팬들이 가득해, 매장을 지나가기 버거울 정도입니다.

최근에는 한류시장을 겨냥한 드라마들이 시원찮은 성적을 거두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한류 거품론’도 나오고 있는데요, ‘미스터고’가 시원한 홈런 한 방처럼 한류 거품에 대한 우려를 호쾌하게 날려주길 기대해봅니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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