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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업비밀일 때는 언제고…원가분석은 ‘수수료 인상’ 빌미 제공”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금융감독원이 은행권을 중심으로 ‘금융 수수료 모범규준’을 만들도록 지도함에 따라 사실상 수수료 인상을 위한 빌미를 제공해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금융회사 임직원 보상 체계 합리화, 적자 점포 구조조정 등 금융회사의 자구 노력보다 가장 손쉽게 수익을 보전할 수 있는 고객 수수료 인상을 통해 손실을 만회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금융감독원은 최수현 금감원장의 수수료 현실화를 위한 후속 대책으로 은행권에 연내 수수료 모범규준을 만들도록 지도할 예정이다. 수수료 모범규준에는 수수료 원가 산정 방식과 산정 절차 등이 담긴다. 또 수수료 부과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외부회계법인의 평가와 소비자단체의 검증도 이뤄진다.

문제는 이 같은 원가 분석 작업이 수수료 인상을 용인하는 근거로 활용된다는 것이다. 수수료 모범규준이 만들어지면 은행들은 그동안 무료로 제공되던 서비스에 수수료를 매길 수 있게 된다. 가령 현재 국내 모든 은행에서 창구나 자동화기기, 인터넷뱅킹, 텔레뱅킹, 모바일뱅킹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송금서비스(국내)는 수수료 현실화에 따라 대거 유료화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원가 분석을 하겠다”는 금감원의 논리도 앞뒤가 맞지 않다. 지난 2011~2012년 금감원은 은행 등의 수수료를 인하하면서 원가 분석 자료 등은 개별 금융회사의 영업 비밀이라서 공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불과 1여년 만에 대대적인 원가 분석을 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는 개별 금융회사에 대한 경영 간섭 행위로, 금감원이 최근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인선에 적극 개입한데 이어 영업 활동에도 깊숙히 관여하게 되는 셈이다.

수수료 현실화에 앞서 금융회사의 자구 노력이 선행되지 않는 점도 문제다. 고액 연봉을 받는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한 보상 체계 합리화 방안은 마련하지 않은 채 수수료 모범규준부터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적자 점포 구조조정 역시 은행 자율에 맡기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노동조합의 성향이 워낙 강해 직원들에 대한 급여 등 복리후생 문제나 구조조정 얘기는 꺼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가장 건드리기 쉽고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고객 수수료를 인상해 급한 불을 끄겠다는 얘기다.

금감원이 부실 기업에는 관대하고 개인 고객에게는 깐깐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즉 STX조선해양 등 부실 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3조원대의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면서도 개인 고객에게는 단돈 10000원이라도 더 거두겠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의 수익성 악화는 부실 기업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탓이 가장 크다”면서 “은행권 수익에 약 4%에 불과한 수수료를 올린다고 수익성이 호전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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