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국, 한때 홍대·파주서 갤러리 운영
‘박물관을 만들려고 했나? 웬 그림과 조각이 이리 많아?’
16일 오후, 전두환 전(前)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 소유의 경기도 연천의 허브빌리지에서 대형 불상과 도자기, 그림이 쏟아져 나오자 세인들이 이구동성으로 터뜨린 말이다.
검찰이 전 전 대통령의 미납추징금 집행과 은닉재산 적발을 위해 벌인 압수수색에서 190여점의 미술품이 압류되자 과연 그림의 가치가 어느 정도일까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전두환 일가는 그림과 각별한 관계다. 역대 대통령 패밀리 중 ‘미술과 가장 가까운 패밀리’로 미술계에서 손꼽히고 있다. 특히 장남 전재국(54) 시공사 대표가 미술에 관심이 많아 고미술에서부터 현대미술까지 다양한 작품을 지속적으로 수집해왔다는 사실은 미술판에선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총 190여점인 압수수색품 중에는 양질의 그림과 도자기 등이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 대표는 1990년대 홍익대 근처에 ‘아티누스’라는 갤러리를 만들었는가 하면, 파주 헤이리에서도 한때 갤러리를 운영했다. 이 과정에서 전모, 한모 씨 등이 관여한 바 있다. 전 대표는 한국의 불교미술과 고미술을 특히 좋아해 다수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근현대미술도 섭렵했으며, 베트남 등 제3국 미술도 컬렉션했다고 전해진다.
연희동 사저에서 발견된 이대원 화백(1921~2005)의 그림은 국내 수집가들 사이에서 박수근, 이중섭 다음으로 인기가 높은 그림이다. 봄꽃이 핀 사과나무밭을 화사하게 그린 이대원의 ‘농원’시리즈는 블루칩 작품으로 꼽히며 200×102㎝ 크기(변형 120호)의 경우 1억~1억3000만원을 호가한다. 또 제작 시기가 앞설 경우 1억5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그러나 한 미술관계자는 “자택 압수수색 과정서 드러난 불상의 경우 우리 것도 아니고, 작품성도 떨어져 보인다. 일부 드러난 그림 또한 수준급이 아니다. 일각에서 190점이 압수됐으니 수십억원대는 될 것이라 하는데 이는 성급한 예단”이라고 했다. 즉 정확하고 엄정한 진위감정과 가격감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