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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쥐에서 영장류까지…누구든 신약개발 기회”
세계적 바이오 인프라 구축…장재진 오리엔트바이오 회장
캄보디아 원숭이 5000마리 확보
영장류 등 양산체제 국내 유일

장기이식연구센터 설립 선언
국내 민간기업으론 첫 포부

세계 1위 ‘찰스 리버’와 14년 제휴
삼성서울병원과 MOU 체결도


“설치류부터 영장류까지 세계 일류 수준의 실험동물 양산체제를 갖췄다. 미국, 유럽 등지에서 ‘보편적 기술’로 통하는 신약 개발을 우리나라도 누구나 할 수 있도록 하겠다.”

장재진(52) 오리엔트바이오 회장은 시종일관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서른 살 되던 지난 1991년 실험동물 생산업체인 ‘바이오제노믹스’를 창업해 몇 번의 좌절과 기적을 경험하며 맨몸으로 일군 회사에 대한 자긍심은 당연해 보였다.

학교 실험실에서 실습하는 수준의 동물이라면 생산업체가 부지기수지만 신약 및 신물질 개발에 꼭 필요한 ‘하이 퀄리티’ 실험동물 양산은 오리엔트바이오가 국내 유일하다. 아무리 수많은 동물실험을 해도 동물실험체의 유전적, 환경적, 미생물학적 엄격한 조건과 세대를 거듭해도 유전적 형질이 유지돼야 한다는 철칙 때문이다.

실제 1970년대 신약 개발에 나선 일본은 자체적으로 수많은 신약을 개발하고도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외면당했다. 각종 실험에 쓰인 동물들의 ‘품질’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세계 각지를 뒤지다가 캄보디아에서 순수 혈통의 5000여 마리를 인수한 장재진 회장은 “당뇨 등 불
치병 치료는 물론, 이종 장기 이식 등 다양한 모델 연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오리엔트바이오는 전 세계 실험동물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찰스 리버(Charles River Lab.)’와 14년째 제휴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최근 삼성서울병원과 동종 및 이종 장기이식기술의 공동 개발연구, 비임상시험과 사업화를 위한 핵심인력 및 기술 교류 등을 추진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중국 등지에서 난무하는 실험용 영장류의 대량생산으로 쓸 만한 모체를 찾기 힘들어진 와중에 장 회장은 세계 각지를 뒤져 캄보디아에서 순수 혈통의 5000여 마리를 인수했다. 장 회장은 “캄보디아 라인 정도의 물량이면 당뇨 등 불치병 치료는 물론, 이종 장기 이식 등 다양한 모델의 연구가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오리엔트바이오는 지난 9일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장기이식연구센터 설립을 선언했다. 고품질 영장류(원숭이) 생물소재 확보를 통한 질환동물 모델 개발, 동종 및 이종 장기 이식 연구, 세포치료제 및 인공장기 개발연구 등이 목표다.

세계 9위로 급성장한 장 회장이지만 초기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수년간 준비 과정을 거쳐 창업한 직후, 실험용 쥐를 국내 한 제약회사에 선보였다가 “이런 건 못 쓴다”는 굴욕을 당했다. 소위 ‘근본도 없는’ 모체를 통해 생산된 동물을 써봤자 아무리 생산된 물질이 좋아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굴욕을 당한 뒤 세계 3위 실험동물기업인 B&K를 통해 6~7년간 준비한 끝에 가평에 사무실을 냈지만 이 과정에서도 돈줄이 막혀 큰 어려움을 겪었다. 우여곡절 끝에 사무실을 열었고 찰스 리버의 한국 상륙이 두려워 동정을 살피던 중 오히려 찰스 리버로부터 “시설을 한번 보자”는 역제안을 받았다.

당시 사육시설 내 와류되는 공기 한 점 없는 최신식 설비를 갖춘 장 회장은 어렵사리 승낙했고 방한한 찰스 리버 측은 뜻밖에 “시설을 구매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하이 퀄리티 애니멀(high quality animal)’을 생산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 것이다.

매각 대신 제휴로 방향을 선회했지만 B&K와의 관계를 생각해 머뭇거리던 장 회장에게 B&K의 벤틴 회장은 “어느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찰스 리버다. 제휴해라. 한국은 축복받은 나라가 될 것이다”라는 ‘통 큰’ 양보를 얻어냈다.

장 회장은 그동안 골머리를 앓게 했던 오리엔트정공이 정상화됨에 따라 바이오산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자동차 수동변속기 및 부품을 생산하는 오리엔트정공은 기업회생절차를 딛고 지난해 13억원의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정상화됐다. 장 회장은 “기적적으로 되살아나 채권단, 주주, 협력사는 물론, 월급도 못 받던 직원들에게까지 큰 선물이 됐다”며 “바이오 사업 투자를 위한 ‘캐시카우’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 회장의 꿈은 신약 개발을 누구나 할 수 있는 미국, 유럽 등과 같은 바이오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는 “정부도, 삼성도 하지 못한 바이오 인프라를 지난 24년간 확립했고 국내 과학자들이 마음껏 실험하고 있다”며 “선진국에서는 아무나 도전하는 신약 개발에 우리도 도전해 국부창출을 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오리엔트바이오와 관련해서도 장 회장은 “마우스부터 몽키까지 실험동물 그랜드슬램 달성, 계열사 완전 정상화, 탈모치료제 임상시험 진행 등 쉼없이 달려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정일ㆍ손미정 기자/ry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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