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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양대근> 증권사 임원 칼바람…예고된(?) 수난시대
“저도 언제 나가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외환위기(IMF) 때보다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16일 국내 대형 증권사 모 임원의 말이다. 억대 연봉을 자랑하며 증권맨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아온 증권사 임원들이 요즘 수난시대를 보내고 있다. 최악의 실적 부진이 계속되면서 연봉이 반 토막 나고 구조조정의 ‘칼바람’도 가장 먼저 맞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9일 김원규 신임 사장이 취임한 이후 임원 27명이 일괄 사표를 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 중 8명의 사표가 수리돼 임원 30%가 물갈이됐다. 민영화를 앞두고 조직 개혁과 슬림화를 위한 일환이라고 하지만 임원들의 과거 위상에 비하면 ‘파리목숨이 됐다’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연봉에서도 임원들이 가장 먼저 매를 맞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사외이사를 제외한 지난해 증권사 등기임원의 평균 연봉은 전년보다 평균 20~30%가량 줄어들었다. 아이엠투자증권의 경우 임원 평균 연봉이 2억74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84.4%나 깎였다. 미래에셋증권과 골든브릿지증권이 각각 57.2%, 48.5% 감소하며 뒤를 이었다.

SK증권도 고통 분담 동참을 위해 임원 임금 5%를 일괄 삭감했다. 여기에 감독 당국이 임원들의 고액 연봉 체계에 본격적으로 메스를 대기 시작하면서 이래저래 동네북 신세다.

이 같은 전방위 압박에 당사자들은 “우리가 봉인가”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또 다른 임원도 “대부분의 임원은 퇴직하면 사실상 백수”라며 “과거에는 투자자문사 등 갈 곳이 있었지만 시장 상황이 어려운 지금은 이마저도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자초한 일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학계 관계자는 “그동안 많은 증권사 임원이 회사 경쟁력 제고보다는 본인의 ‘몸값 올리기’나 ‘인맥 쌓기’에 더 혈안이 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일부 임원의 ‘모럴해저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6월 코스닥기업에 대한 투자를 유치하고 수고비 명목으로 9억여원을 챙긴 전 증권사 임원 김모(47) 씨에게 중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결국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과 뼈를 깎는 성찰만이 다시 여의도에서 존경받는 증권사 임원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지적이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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