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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고가 광고를 패러디? … ‘금기’ 깬 왕뚜껑의 이유있는 패러디
[헤럴드경제=홍승완 기자] “뚜껑에게도 영혼이 있다면….”

팔도의 스테디셀링 상품인 ‘왕뚜껑’ 라면의 새광고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팬택의 스마트폰 ‘베가 아이언’ 광고의 패러디 광고다. 크레이티브를 중시하는 광고계에서 타사 광고를 패러디하는 일은 흔치 않다. 그러나 이번 광고는 톡톡튀는 위트가 소비자들에게 주의를 끌만 아니라, 주 고객층이 비슷한 양제품간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등 이유있는 패러디라는 평가다.

16일 회사측에 따르면 팔도는 지난 4일부터 TV등을 통해 새 왕뚜겅 광고를 선보이고 있다. 개그맨 김준현이 등장한 광고는 몇 달 더 먼저 방송을 시작한 팬택의 ‘베가 아이언’ 광고를 익살맞지만 ‘원작’에 거의 유사하게 재현했다. 출연자가 영화배우 이병헌에서 김준현으로 바뀌었지만, 배경화면이나 구도, 출연자의 의상 등을 모두 패러디했다. 

 
펜택의 ‘베가 아이언’ 광고를 패러디한 ‘팔도 왕뚜겅’의 광고가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다. 베가 아이언의 광고와 구도, 색감, 음악 등을 거의 유사하게 가져가지만 이병헌(왼쪽) 대신 코미디언 김준현(오른쪽)이 등장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유발한다. 왕뚜껑은 2004년에도 당시 펜텍의 스카이 광고를 패러디해 인기를 끈 바 있다.

광고 카피 역시 “뚜껑에게도 영혼이 있다면 뜨거운 김을 두려워 않고 견디는 인내와 어떤 시련에도 맛을 지켜내는 책임감, 덜어서 나눠 먹을 수 있는 따뜻함을 가졌을 것입니다. 단언컨대 뚜껑은 가장 완벽한 물체입니다”로 베가 아이언의 문맥을 그대로 차용해 재미를 더했다.

일반적으로 우리 광고계에서 타사 광고를 패러디하는 일은 찾아보기 힘들다. 광고계 자체가 크리에티브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패러디를 하는 쪽이나, 당하는 쪽의 광고주들이 모두 ‘패러디 광고’를 용인하지 않는 점도 패러디 광고의 등장을 막아왔다.

하지만 왕뚜껑 광고의 경우는 이전과는 좀 다르다. 패러디 광고를 택한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팔도는 지난달 왕뚜껑의 뚜껑 부분을 새롭게 리뉴얼했다. 기존 평평한 모양이었던 ‘뚜껑’을 3등분하여 ‘김치’나 ‘삼각김밥’ 등 다양한 반찬이 섞이지 않고 먹을 수 있게 했다. 야외에서는 반찬 접시로도 활용 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 했다.

회사 관계자는 “베가는 스마트폰에 아이언을 도입하면서 아이언의 기능을 강조하는 광고를 했고, 우리는 제품의 뚜껑을 새롭게 만들면서 광고를 통해 뚜껑의 기능을 강조하고 싶었다”면서 “이런 콘셉트가 잘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광고 제작전에 팔도는 팬택에 허가도 얻었다. 팬텍측은 “제품이 완전히 다른 영역이라 우리도 (팔도의 광고를) 순수하게 받아들였다”면서 “이종업계에서 패러디한다는 것은 우리 광고의 성과가 어느정도 입증된 것 아니겠냐”고 긍정적인 입장이다.

양 제품 모두 유머에 관대한 10~20대 소비자들을 타킷으로 하고 있는 데다가, 서로의 분야에서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핫’한 제품이라는 점도 패러디 광고가 탄생하게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베가 아이언 광고를 제작한 손윤수 이노션 월드와이드 팀장은 “아이언의 진정성과 왕뚜껑의 위트가 교차되면서 만들어지는 이미지가 양 제품과 광고의 선호도를 동시에 증가시키는 데다, 두 광고가 연이어 집행되면서 소비자들사이에서 콘텐츠로서 회자되는 빈도도 높아지는 등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양사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10년전인 2004년에도 팔도가 펜택의 스카이 광고를 패러디했었다. 클럽을 무대로 젊은 이들이 춤을 추는 비슷한 광고에서, 당시 펜택은 ‘Sky, It’s different‘라는 카피를, 팔도는 ’왕뚜껑, It‘s delicious’라는 카피를 내세우면서 양 광고 모두 젊은 소비자들에게 강하게 각인된 바 있다. 그때의 성공적인 경험들이 양 기업으로 하여금 참신한 선택을 가능하게 했다는게 광고계의 평가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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