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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등을 넘어 통합으로> 부동산 침체 직격탄…‘NO타운’ 된 뉴타운 ‘분쟁의 도가니’
네탓 공방에 혼란만 쌓이는 뉴타운
뉴타운 광풍 타고 무분별한 지구지정
정치권도 票의식 선심성 공약 남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업추진 답보
주민간, 정부-지자체간 끝모를 갈등
빚덩이 매몰비용에 사업중단도 힘들어



‘원주민 축출, 전세가 폭등, 마을 공동체 해체, 동네상권 붕괴, 사회갈등 증폭, 거주권 침해, 아파트공화국….’ 서울 뉴타운 개발 10여년의 역사가 우리 사회에 남긴 어두운 발자취다. 당초 취지대로 뉴타운이 균형 발전에 기여하기는커녕 오히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협하고 갈등과 분쟁의 도가니로 전락해 ‘노(No)타운’이란 오명까지 얻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뉴타운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본지는 뉴타운의 현주소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점검해봤다.

서울시가 뉴타운 사업을 시작한 지 올해로 11년이 흘렀지만 분열과 갈등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사업 추진 여부를 둘러싼 다툼과 반목은 공동체를 해체 위기로 몰고 있고 조합 대 시공사 간분담금 분쟁도 진행형이다. 여기에 서울시 등의 ‘뉴타운 출구전략’ 추진 후 매몰비용 문제까지 불거져 정부와 지자체 간‘ 네 탓’ 공방 속에 주민 혼란을 부추기는 형국이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
히고 설켜 당분간 뉴타운을 둘러싼 갈등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뉴타운의 역습…날아간 보금자리의 꿈=뉴타운 사업은 지난 200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은평뉴타운을 시작으로 서울 전 지역에 대대적으로 지구 지정을 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2006년 총선에서 뉴타운 추가확대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바통을 이어받아 사업을 주도했다. 뉴타운 지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투기 세력이 몰려들었고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 같은 뉴타운 광풍에 편승한 정치권은 표를 의식해 너도나도 선심성 뉴타운 공약을 남발했다. 양호한 주거지에 대해서도 무분별한 지구 지정이 잇따랐고 서울시에서만 50만㎡ 이상의 대규모 지구가 35개나 생겨났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뉴타운 사업에 치명타가 됐다. 사업추진비를 대부분 분양 수익에 의존했지만 주택 경기가 침체되면서 자금 조달이 막막해진 탓이다. 사업 추진이 답보상태인 한남뉴타운 2구역의 한 주민은“ 요즘 같은 때 세입자 보증금을 빼주고 나면 아파트 분양으로 시세차익은커녕 빚만 남을 게 뻔하다”면서“ 할 수만 있다면 사업 추진을 원점으로 돌리고 싶다” 고 말했다. 지역 균형발전이란 이름으로 도입된 뉴타운이 오히려 서민 주거안정을 위협하는 재앙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꼬일 대로 꼬인 뉴타운…무너지는 공동체=더 큰 문제는 뉴타운이 갈등의 온상이 되면서 마을 공동체가 해체되고 있는 점이다. 사업 추진을 둘러싼 주민 간 찬반 대립은 여전하고 용역 깡패까지 동원한 강제철거와 원주민 축출로 사회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 재개발사업에 투입된 돈을 거둬들여야 하는 건설사와 못 준다는 조합 간 분담금 분쟁도 다반사다.

더구나 부동산경기 침체는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사업이 어느 정도 진척돼 일반분양에 나서는 지구도 분양가 책정 문제로 시끄럽기 일쑤다. 시공사가 분양가를 내리면 그만큼 조합원들의 분담금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서 조합원들은 곤혹스러운 처지다. 특히 시공사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처분하기 위해 높은 할인폭을 제시하는 출혈 마케팅 사례가 속출하면서 기
존 계약자나 입주민의 원성을 사고 있다. 급기야 은평뉴타운의 경우 집값 하락에 반발한 입주민들이 시공사를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기도 했다.

서울시의 뉴타운 출구전략에 따른 실태조사가 오히려 주민 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강동구 천호뉴타운과 강서구 방화뉴타운, 은평구 수색ㆍ증산뉴타운 등은 같은 지구 내에서도 사업 추진을 놓고 구역 간 의견이 엇갈려 사분 오열 양상이다. 

사업을 중단하려고 해도 매몰비용 처리가 복병이다. 매몰비용에는 안전진단과 설계, 감정평가, 사업비 및 분담금 추산 용역, 사업시행계획서 작성, 조합운영 등에 쓴 돈이 모두 포함된다. 감사원은 최근 서울시의 무분별한 뉴타운 사업으로 주민들이 부담해야 할 매몰비용이 1조4000억~1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얼마전 주민 요청으로 서울시 35개 뉴타운 가운데 첫지구 해제된 종로구 창신ㆍ숭인뉴타운도 예외는 아니다. 창신11구역의 경우 뉴타운 지구 지정 전재개발을 추진하던 2005년부터 사용된 사업비 17억여원이 고스란히 주민들의 빚으로 남아 비용 부담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등의 지자체는 시공사에 대한 법인세 감면을 통해 매몰비용을 일부 해결하는 방안 등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업계의 반응이 소극적인 데다 정부는 수익자 부담 원칙과 세수 부족을 들어 재정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매몰비용 문제 때문에 뉴타운 출구전략이 지연 된다면 뉴타운이 부동산시장에 또 다른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공방만 벌이지 말고 각각 한발 물러나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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