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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팝콘> 새누리의 에누리 정치
국어사전에서 ‘에누리’는 ‘물건값을 받을 값보다 더 많이 부르는 일’이란 뜻이다. 한미디로 선심쓰는 척하며 손님을 낚는 기술이다. 요즘 새누리당의 ‘에누리’ 정치가 눈부시다.

먼저 국정원의 지난 대선개입 의혹이다. 민주당은 줄기차게 국정조사를 주장했고, 새누리당은 검찰 조사가 안끝났다며 버티다, 받아줬다. 민주당은 ‘큰 성과’라고 자부하지만, ‘상상임신’ 수준이다. 국조란 게 사실 결론 내기가 어렵다. 16~18대 국회에서 국조사계획서 채택후 결과보고서까지 간 경우는 각각 17.4%, 4.3%뿐이다. 국정원 국조는 아직 조사계획서 채택도 이뤄지지 못했다.

이번 국조가 성과없이 끝난다면 민주당이 귀태에 걸린 셈이 된다. 당장 야당 주장으로 최근 열린 공공의료 국조도 별다른 성과없이 끝났다. 공고롭게도, 화제가 됐던 ‘귀태(鬼胎)’는 한의학에서 상상임신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새누리당이 정문헌ㆍ이철우 의원을 국정원 국조 특위에서 먼저 사퇴시킨 것도 사실 꽤 괜찮은 ‘에누리’ 전략이다. 김현ㆍ진선미라는 민주당 ‘에이스(?)’를 걸고 넘어짐으로써 국조를 지연시켰지만, 그 책임을 민주당에 떠넘겼기 때문이다. 8월15일까지 시한이 정해진 국조다. 증인채택 등에서도 여야 갈등은 불가피하다. 티격태격하다보면 실제 국조기간은 얼마나 될지 모른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국정원 국조 떡밥을 덮석 물고 ‘좋아라’했다가, ‘정문헌ㆍ이철우 조기 사퇴’라는 낚시 바늘에 걸렸다. 시간은 새누리당 편이다. 갈수록 바늘은 더 깊숙히 파고든다. ‘김현ㆍ진선미’라는 ‘생살’을 떼어내는 방법 뿐이다.

NLL논란도 마찬가지다. 지난 대선에서 ‘5ㆍ16 평가논란’에 고전하던 새누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포기발언을 했다’는 민주당이 무시할 수 없는 미끼를 던졌다. 의혹은 진위여부에 관계없이 그 자체로 생명력을 갖는다. 새누리당은 우파대집결을 이뤄냈다.

올 해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2007년 남북정상대화록 공개라는 미끼를 다시 던졌다. 발끈한 민주당은 이를 또 덮석 물며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하자고 나섰다. 민주당은 진위 확인을 확신했겠지만, 이 역시 ‘귀태’다. 새누리당으로선 ‘문맥상 사실상 NLL을 포기했다’는 해석논리로 맞서면 그만이다. 오히려 새누리당은 기록물 열람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 친노, 민주당을 공격할 또다른 빌미를 찾을 지도 모른다. 새누리당의 NLL대화록 사전입수 의혹, 국정원과 국방부의 NLL 포기 해석논란’은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물론 새누리당도 그리 편한 마음만은 아니다. 국정원 댓글 의혹 자체가 집권당으로서 ‘선량한 선거관리의무’에 오점이다. 정상간 대화록 공개는 ‘외교관례 무시’와 ‘전직대통령 부관참시’의 선례다. 국정원과 국방부 등 행정부의 정치개입 논란도 부담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새누리당에서 ‘NLL 공동선언하자’, ‘민생에 집중하자’는 목소리가 부쩍 늘었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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