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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할배’들이 전하는 여행의 가치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나이가 많아도 여행가서 티격태격 싸우는 건 아이들과 마찬가지였다. tvN ‘꽃보다 할배’ 두번째 이야기는 첫번째보다 재미없을 줄 알았지만 기대 이상이었다. 리얼리티를 뽑아내는 나영석 PD의 감성이 큰 역할을 한다. 진정성이 느껴지면서 재미는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유럽 배낭여행을 떠난 ‘꽃할배‘ 4인방의 파리 시내 여정이 시작됐고, 지하철 노선 보고, 식당 찾느라고 동분서주 뛰어다니는 ‘가이드’ 이서진의 모습이 재미있게 그려졌다. ‘꽃할배‘도 여느 여행객들과 비슷하다. 오랜 기간 한 직장에서 생활했던 동료이자 선후배가 여행간 것과 같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를 걷는 것을 두고 이순재와 백일섭이 이견을 보였고, 신구가 거중조절 역할을 맡았다. 신구는 평소 별로 말이 없지만 말 한마디를 해도 느낌이 있는 ‘시크’ 구야형이었다.


특히 신구는 젊은이들의 여행에서 보여주기 힘든 감성을 전해주었다. 똑 같은 여행지를 봐도 무게감이 달랐다. 인생을 오래 산 만큼 그만큼의 연륜 무게가 더해졌기 때문일 터.

신구는 에펠탑을 바라보고는 “미술사나 예술사에서 보면 당대에는 인정받지 못한 작품들이 세월이 지나면서 새롭게 해석되고 가치를 인정받는 경우가 많았다”며 “에펠탑도 당시에는 흉물스럽다며 싫어하는 파리시민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우뚝 서 누구라도 와보고 싶은 곳이 돼있다. 나는 늙어 요지경으로 끝날지 모르지만 젊은이들은 지금 이 시대에 인정못받고 별로 주목받지 못한 일이라도 새롭고 가치있는 걸 시도해보면 훗날 명예로운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거다”고 생각을 전했다.

신구가 열심히, 성실하게 인생을 살아왔다는 건 대한민국 시청자들이라면 다 아는 것 아닌가. 이런 사람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젊은 사람에게 좋은 지침이 될 것 같다. 신구가 숙소에서 아침식사를 하다 만난 여대생이 혼자 50일간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하자 “존경스럽습니다”라고 말한 것도 감동으로 다가왔다.

‘꽃할배‘ H4는 자신이 노인이라는 사실을 안다. 삶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음도 알고 있지만 여기에 머물러있지 않고 유쾌하게 받아들인다. 신구가 박근형에게 “우리들의 마지막 여행이 될 것이다. 그래서 즐겁게 동참했다”고 한 말이나, “야, 전화 좀 해. 내가 죽어야 전화할꺼야”라는 이들간의 말에는 짠한 구석이 있지만 적극적이고 열심히 사는 그들의 삶의 자세가 엿보인다. 어찌보면 청춘들보다 더 유쾌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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