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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윤정식> ‘밀양 갈등’ 승복 약속은 어디로…
6살배기 아들과 동화 백설공주를 읽은 적이 있다. 책을 다 읽은 아들이 내뱉은 말은 꽤나 신선했다. “아빠, 근데 마녀는 왜 거울한테 똑같은 질문을 계속 하는 거예요?” “음…글쎄다.” 어린아이의 눈에 마녀가 악하다기보다는 답답해보였나 보다. 요즘 아이답다.

밀양 송전탑 문제를 이야기하려는데 왜 갑자기 백설공주 타령이냐고? 이 답답한 마녀가 밀양 문제에도 등장하기 때문이다.

갈등의 당사자인 밀양에 송전탑을 건설하려는 한국전력과 이를 반대하는 주민과 대책위원회. 시작부터 잘못됐다. 당초 전문가협의체를 만들자던 쪽은 반대 대책위였다.이들의 목소리에 정치권도 떠밀렸고, 결국 한전도 이를 수용했다.

구성원도 공정성을 위해 한전 측과 주민 측, 정치권이 동수(同數)의 추천인사를 구성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요한 약속이 있었다. 협의체에서 어떤 결론이 나와도 양측 모두 따르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결론이 나왔다. 주민 편이 아니었다. 심지어 주민 측에서 추천한 전문가마저 기술적으로 주민의 요구사항인 우회송전은 들어줄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자 주민은 전문가협의체의 결론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 믿었던 거울에 원하는 답을 얻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약속 위반이다. 더 가관은 이제는 해외전문가를 불러다 의견을 듣자고 한다.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는 답을 들을 때까지 물고 늘어지는 동화 속 마녀와 다를 게 무엇일까.

지금도 끝나지 않은 제주 해군기지 갈등부터 진주의료원 사태까지 최근 한국 사회는 갈등해결 능력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밀양 송전탑 문제는 님비현상과 이념적 탈핵운동, 전력난 사태 등이 뒤엉킨 최악의 길로 가고 있다. 이제 올 만큼 왔다. 사태를 중재하겠다고 나선 정치권부터 중심을 잡고 소모적 논쟁이 끝나도록 도와야 한다. 

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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