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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소신있는 부총리 결국 대통령이 만든다
박근혜 대통령이 9일 국무회의에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질책했다. 경제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데도 정책조율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박 대통령은 특히 취득세 인하문제를 들어 국토교통부와 안전행정부 간 갈등 등 부처 간 이견이 속출하지만 컨트롤 타워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꼭 집어 지적했다.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국무위원을 질책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불만의 강도가 높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오전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상황인식과 발 빠른 대응이 보이지 않는다’며 경제팀 비판에 가세했다. 경제 수장(首長)의 리더십이 도마에 오른 느낌이다.

청와대와 여권조차 현 부총리의 리더십에 의구심을 갖는 데는 이유가 있다. 경제 위기 속에서 출범한 새 정부는 경제정책 조정능력 강화를 위해 경제부총리 제도를 부활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사정은 달랐다. 현 부총리는 대통령의 국정과제를 착실히 추진할 뿐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정책방향 제시는 없었다. 부총리가 생겼지만 이전 기재부 장관과 하등 다를 게 없다는 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실제 그간의 일들이 그렇다. 가령 서비스산업 1단계 대책에 영리병원 도입과 의료법 개정 등 민감한 사안은 모두 빠졌다. 이익집단의 반발과 정치권에서의 논란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통상임금 문제 등 휘발성이 강한 이슈는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이 과잉 논란을 빚어도 “기업활동을 위축시켜선 안 된다”는 원론적 반응뿐이었다. 박 대통령이 지적한 취득세 인하건도 마찬가지다. 가계부채가 1000조원에 달해 우리 경제의 목줄을 죄는 데도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며 안이한 상황인식의 일단을 내비쳤다. 일본의 아베노믹스 추진과 미국의 양적팽창 완화 등 급변하는 세계 경제 상황에도 수비적 대처로 일관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물론 추경예산 편성과 부동산 대책, 투자 활성화 대책, 일자리 로드맵 등 저성장의 고리를 끊고 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안간힘 쓰고 있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또 ‘현오석 경제팀’의 성적을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기재부 장관이 아닌 경제부총리로서의 위상에 걸맞은 소신이 부족했던 건 사실이다. 경제에 관한 한 대통령을 리드하는 정도가 돼야 부총리의 존재 이유가 있다. 박 대통령도 질책만 할 게 아니라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넘기며 힘을 실어줘야 한다. 부총리의 소신과 정책조정 능력은 결국 대통령의 의지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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