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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너지공기업 女임원 ‘0’…그나마도 경평용
[헤럴드경제=윤정식 기자]# 한 에너지 공기업 A사는 최근 여성 B부장을 교육원으로 발령냈다. B부장은 지난해 공사 38년 역사상 첫 여성 간부로 올라선 상징적 인물로 여성 직원들의 리더격이었지만 결국 지방 교육부서로 가게 된 것. 여직원들 사이에선 기획재정부의 경영평가가 발표된 직후 이뤄진 인사라는 점으로 미뤄, B부장이 경평에서 ‘여성간부 가산점용’이 된 뒤 차별 인사를 받은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 굴지의 에너지공기업인 C사의 109명 임원 가운데 여성 임원은 한명도 없다. 그나마 임원 승진이 유력했던 한 여성은 지난해 9월 퇴직했다. 중간 간부인 부장급 역시 전체 1057명 가운데 여성은 두명에 그친다. 이 공기업 관계자는 과거 여성 입사자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에 고위직 대상자가 없을 뿐이라고 했다.

10일 민주당 부좌현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주요 21개 에너지 공공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여성임원은 ‘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대통령 시대가 개막하면서 사회 각계의 여성 인력에 대한 새로운 조망이 이뤄지는 중이지만 에너지 공공기관만은 이런 분위기에서 예외다.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공공기관들의 여성 임원 비율은 1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기업(17.6%) 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그 중에서도 에너지 공공기관은 심각한 남초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 추세로 봤을 때 향후 수년간 내부에서 승진한 여성 임원이 나오기는 힘들지 않겠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임원은 고사하고 중간 간부격인 부장급도 드물다. 21개 조사 대상 기관들 가운데 부장급은 24명에 그쳤다. 그나마도 중부ㆍ서부ㆍ남부발전과 한전KPS, 전력거래소 등은 여성 부장 조차 없다.

어렵게 부장으로 승진을 해도 여성은 실적을 쌓을 수 있는 보직으로 발령나기 힘들다는 게 여성들의 주장이다. 최근 분위기상 어쩔 수 없이 승진은 시켜주지만 좋은 보직 만큼은 절대 줄 수 없다는 것이 내부 분위기다.

D공기업은 여성 부장 두 명 중 한 명을 지방 지사장으로 내려보냈고, E공사는 두명의 부장 모두 본사에서 경기지역으로 보냈다.

이에 대해 에너지 공공기관의 한 인사 부문 고위간부는 “지금까지 여성들은 영업력이나 리더십보다 본인의 업무 능력으로만 평가를 받는 연구직을 제외하고는 승진기회를 잡기 힘들었다”면서 “에너지 공공기관의 특성상 남자 직원들도 의무적으로 하는 지방 현장 근무를 못버티고 나간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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