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위크엔드] 황금주파수 · 플랫폼 · 초역세권…대한민국 新영토전쟁
LTE 1.8㎓ 영역 할당·케이블TV 매직 채널·모바일 플랫폼 ‘선점전’
땅따먹기 전쟁 사이버 세계 확전…하늘 ‘노른자위’확보경쟁 점입가경
땅 위에선 강남권 알짜 역세권 다툼…고지전 속 경제지도가 바뀐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국립국어연구원은 이 속담에 대해 ‘남이 잘되는 것을 기뻐해 주지는 않고 오히려 질투하고 시기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한다. 남도 아니고 같은 핏줄이 땅을 샀는데도 시샘했다고 하니 속담으로 내려올 정도면 예부터 땅에 대한 우리 민족의 욕심은 알아줘야 한다.

이 속담은 2013년 현재도 유효하다. 정확히 표현하면 유효하지만 부족하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땅 전쟁을 보면 단순히 배가 아픈 수준을 넘어섰다. 예전에는 노른자위를 차지하면 횡재했다고 했지만 현재는 생존을 의미한다. 땅은 이제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라 살고 죽는 문제를 다룰 정도로 치열해졌다.

이 치열함은 인구가 늘고, 경제가 성장하고, 산업군이 다양해지면서 더욱 강도가 세지고 있다. 인간이 발을 디디고 재화를 창출하는 공간을 땅이라고 한다면, 국토에 국한됐던 영역은 이제 물리적 공간을 초월해 사이버 세계로까지 확대됐다. 전에 없던 새로운 ‘땅’이 생겨난 것으로, 이른바 ‘신(新)영토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노른자를 차지하면 살고 실패하면 죽는다’는 명제는 더욱 극명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간한 ‘2013년 지적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토면적은 10만188㎢다. 1년 새 40㎢가 커진 것으로 여의도 면적(2.9㎢)의 14배에 달하는 땅이 우리나라에 새로 생긴 셈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좁은 땅덩어리’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월드팩트북에 따르면 우리나라 면적은 국내 통계보다 작은 9만9720㎢로 세계 109위다. 반면 인구 규모로는 세계 25위(4895만5203명 기준)로 방글라데시와 대만에 이어 세 번째로 빽빽하게 살고 있다.

문제는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는 말처럼 주택ㆍ상권ㆍ교육ㆍ문화 등 소비의 중심이 서울로 집중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도권 중에서도 서울, 서울 중에서도 강남3구, 그 중에서도 역세권’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실제 신분당선과 분당선 연장선 개통으로 강남권에만 8개의 새로운 역세권이 생겨났다. 국내 굴지의 전자업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에 초대형 매장을 앞다퉈 신설하며 자존심 싸움을 벌였다. 국내 최대 상권 중 하나인 강남역 일대에는 일본 외식업체가 야금야금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고, 38년간 만남의 명소였던 뉴욕제과도 대기업 의류매장에 자리를 빼앗겼다. 지난 5월 기준 강남(0.29%)ㆍ서초(0.24%)ㆍ송파(0.28%) 등 강남3구의 땅값 상승률은 서울 평균(0.15%) 최대 배 수준이었다.

수치로 넓이를 측정할 수 없는 디지털 영역에서는 더욱 피말리는 생존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무한대의 영역처럼 보이지만 모두 ‘하나’를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치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주파수다. LTE(롱텀에볼루션) 주파수 할당 관련 황금 주파수로 불리는 1.8㎓에서 서로 유리한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국내 통신3사는 수조원대의 출혈을 각오한 상태다. ‘재벌’ ‘특혜’ 등을 운운하며 막말 싸움하는 것은 일상이 됐다.

이른바 ‘거실전쟁’으로 불리는 케이블TV와 IPTV 업계의 싸움도 유료방송시장을 두고 주도권 빼앗기가 한창이다. 숫자상으로는 케이블TV 가입자 수가 IPTV보다 배가량 많지만 최근 IPTV가 케이블TV의 파이를 급속도로 갉아먹으면서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플랫폼 경쟁이 가장 격화할 전망이다. 땅으로 치면 플랫폼은 공개공지다. 아무나 올 수 있지만 누구나 플랫폼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PC에서 모바일 메신저로 영역이 바뀌면서 싸이월드가 지고 카카오톡이 강자로 부상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1위 기업이지만 안드로이드 의존도를 낮출 모바일 OS(운영체제) 부재가 숙제다.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땅’도 생겨났지만 땅을 건 싸움에서 패배하면 죽는다는 이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죽지 않기 위해 더욱 달려들고 있다. 신영토전쟁 아래 대한민국은 지금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파서 죽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