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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 황해창> 연예병사 유감
나는 연예병사 제도를 없애자는 입장이다. 일탈행위 이전에 구조적인 결함이 더 문제다. 묵묵히 잠자는 보상심리를 불필요하게 자극할 소지가 다분하다. 선민의식과 열등의식은 병영에 백해무익하다.



얼마 전 친구 서너 명이 만났다. 때마침 TV화면 가득 연예병사의 일탈행위에 관한 뉴스가 자막과 함께 쏟아지고 있었다. 꽤나 유명세를 탄 두 명의 연예병사가 숙소를 이탈해 안마시술소를 드나들다 모 방송사의 르포 취재망에 덜컥 덜미를 잡힌 모양이다.

좌중이 한 마디씩이다. “저러니 저걸 없애야 돼” “쟤들도 똑같은 군인이고 사람인데 뭘” “군인이 사람이냐?” “니들은 안 그랬냐?” 대화는 자연스럽게 아들들의 군대 얘기로 이어졌다.

아들1. 별을 무척 싫어한다.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다’는 그 인제ㆍ원통에서 차로 두어 시간 더 들어가 설악산 꽁무니를 멀리 앞둔 최전방 초병 출신. 철망 휘감긴 백두대간 천수백 고지 밤하늘에 빼곡한 총총 별무리. 아뜩한 제대를 멋모르고 별 따라 헤다 생긴 두통과 토악질이 문제였다. 허구헌 날 군화발 아래 맴도는 뭉게구름, 어김없이 휘영청 둥근달이 뜨면 엄마나 애인이 보이는 그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져봤냐고.

아들2. 서부전선 공병대 출신. 눈을 지독히 싫어한다. 왜? 무릎까지 빠지는 눈 더미, 어깨 빠지도록 삽질을 해 보지 않았음 말 말라는 것. 얼마 전 공군이 군부대 제설작업의 애환을 그려 화제가 된, 영화 ‘레미제라블’의 패러디 영상 ‘레밀리터러블’을 보던 그 녀석 왈, “놀고 자빠졌네”.

아들3. 수도권 길목 좋은 곳에서 한 달 전 제대. 치약냄새가 아직도 역겹다. 관물 치약을 몽땅 짜서 손톱이 뭉개지도록 닦고 문지르고 높은 손님맞이 대청소를 숱하게 한 덕분. 구보 때도, 짬밥 먹을 때도, 잠 잘 때도 코를 감고 도는 매콤하면서도 달짝지근한 그 특유의 화학성분, 질려봤냐고. 이런 사연이 어디 몇몇 아들만의 얘기일까.

이번에 문제가 된 두 명의 연예병사는 억울할지 모른다. 보고 배운 것이 고작이라는 항변도 가능해 보인다. 바로 직전 더 유명한 한 연예병사가 빈번한 외출로 톱클래스 탤런트와 무단연애를 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이 사태를 더 악화시켰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물론 연예병사로서 본연의 의무를 충실히 하고 있고 또 과거 그랬던 이들에겐 격려와 함께 박수를 보낼 일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연예병사 제도를 없애자는 입장이다. 일탈행위 이전에 구조적인 결함이 더 문제다. 묵묵히 잠자는 보상심리를 불필요하게 자극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선민의식과 열등의식은 병영에 백해무익하다. 그 기능도 문제다. 지금은 70년대 ‘파월장병 위문공연’ 시절이 아니다. 저마다 끼를 타고난 민족의 후예 아닌가. 노래일발 장전만 해보라. 가수 뺨치는 우리 장병 숱하다. 자급자족 자가발전 모두 가능하다는 얘기다.

바로 엊그제 그 방송사가 후속취재를 했는데, 이 와중에도 새벽 두시가 넘도록 길거리에 쏘다니고 술과 안주 꾸러미를 안고 그야말로 가관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에 대해 엄하게 감찰 중이라는 국방부의 발표는 뭔가. 4일에는 감찰기간을 더 늘려 문제가 있으면 연예병사 제도를 없애겠다고까지 했다. 도무지 헷갈린다. 국방부부터 정신 차리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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