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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디컬…판디컬…시트콩…TV도 이젠 섞어야 산다
tvN 새 납량물 ‘환상거탑’ 제작
지상파 드라마도 장르파괴 바람



대세는 ‘퓨전’이다. 정체불명의 이색 장르가 속출하고, 장르와 장르가 혼합된 ‘복합장르물’이 브라운관을 이끄는 주축이 됐다.

‘이색 장르’ 탄생의 선구자는 케이블이다. 브라운관에 ‘군대 신드롬’을 불러온 tvN ‘푸른거탑<사진>’은 ‘군디컬’이라는 새 장르를 개척했다. 군대를 소재로 시트콤의 형식을 빌렸는데, 난데없이 ‘메디컬’을 붙여 ‘군디컬’ 드라마로 불러 달라고 했다. 이유가 있다. “오픈 현실을 기반으로 공감대를 끌어내는(민진기 PD)” 것을 목표로 하는 ‘푸른거탑’은 매회 중요한 장면에서 메디컬 드라마 ‘하얀거탑(MBC)’의 배경음악이 흘러나온다. 배우들의 진지한 표정과 대사도 그때 이어간다.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은 민진기 PD는 이를 “아무것도 아닌 일을 비장한 코드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른거탑’의 후속으로 방영을 앞둔 ‘환상거탑’은 ‘판디컬’이라는 신장르를 달고 나왔다. 만화 같은 상상력에 미스터리를 기반한 옴니버스 드라마다. 요즘 상한가를 달리고 있는 ‘판타지’물이지만, ‘푸른거탑’의 진지한 코드였던 ‘메디컬’을 결합해 다시 한 번 정형화된 틀을 깼다. tvN은 ‘환상거탑’에 대해 “한국판 ‘기묘한 이야기’라 할 수 있는 전혀 새로운 납량물”이라는 의미로 ‘판디컬’ 장르를 설명했다.


색다른 신조어는 또 나왔다. ‘시트콩’. 이는 시트콤과 콩트가 결합된 장르다. 종합편성채널 JTBC에서 오는 15일 첫 방송될 ‘시트콩 로얄빌라’는 다양한 콩트가 결합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독창적인 장르를 개척한 만큼, 프로그램의 특징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언어가 필요했던 차에 ‘시트콩’이라는 재기발랄한 신조어를 만들어낸 것이다.

지상파에도 장르파괴물은 있다. 사실은 복합장르물이다. 이미 종영한 ‘구가의 서(MBC)’는 ‘퓨전사극’이라지만 알고 보면 판타지와 무협, 거기에 로맨스가 결합된 사극이었다. 8월 방영을 앞둔 SBS의 ‘주군의 태양’은 ‘로코믹(로맨틱코미디) 호러’라는 신장르를 개척했다.

복합장르물의 대표작은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는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다. 법정을 무대로 한 이 드라마는 초능력 소년(이종석)을 등장시켜 판타지의 요소를 가미했고, 두 명의 국선전담변호사(이보영 윤상현)와 초능력 소년이 겪는 사건을 통해 스릴러의 장치도 넣었다. 로맨스도 빠질 수 없다. 때문에 이 드라마를 부르는 이름은 길다. ‘법정 판타지 스릴러 로맨스’다.

김영섭 SBS 콘텐츠파트너십 부국장은 장르혼합 전성시대의 이유를 “‘출생의 비밀’ 등의 막장드라마가 쏟아졌던 뻔한 이야기에 지친 시청자들이 새로운 이야기를 바라고 있었다”는 데에서 찾았다. 이에 “다양한 장르코드가 섞여 있는 만큼 다양한 시청자에게 소급된다. 각 장르의 특성을 살리며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여주고, 전형적인 통속극에서 벗어난 재미를 주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장르를 파괴하고 장르를 혼합한 만큼, 소재의 한계를 뛰어넘어 볼거리도 많고 신선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드라마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판타지 요소’는 현실감이 떨어져 도리어 시청자들이 외면하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김 부국장은 이에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경우 국선변호사들의 성장과정을 보여주고, 법정을 무대로 펼쳐지는 약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실적인 공감을 끌어오게 했다”고 설명했다.

대놓고 기묘한 이야기를 표방한 ‘환상거탑’의 1회분에 출연하는 조달환 역시 “판타지이지만 어떻게 하면 현실적이고 타당하게 보일지를 고민한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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