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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위의 伊 남자 ‘2013 패션아이콘’
세계 최대규모 남성복 박람회‘피티 워모’ 전세계 멋남들 모여…중장년층 원색슈트·숏팬츠·팔찌 액세서리 연출 ‘거리 패션쇼’ 방불

옷 좋아하는 남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탈리아를 꿈꾼다. 뉴욕, 런던, 파리도 좋다. 하지만 남자는 역시 이탈리아다. 그것도 ‘피티 워모’(1년에 두 번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남성복 박람회)가 열리는 피렌체라면 더할 나위 없다.

84회째를 맞은 ‘피티 워모’가 올해도 6월 18일부터 21일까지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개최됐다. 시내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중세 고성 ‘포르테자 다 바소’에 전 세계 남성복 관계자들이 모두 몰려든 듯 보였다. 4대 패션도시(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의 패션위크와 달리 피티 워모는 패션쇼가 없다. 1만여개의 브랜드가 전시되고, 현장에서 수주 상담까지 진행된다.

클래식 슈트와 재킷을 중심으로 한 전통 신사복 브랜드뿐만 아니라 캐주얼 브랜드, 액세서리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상품들이 박람회장을 가득 메운다. 이탈리아 브랜드는 물론 해외 업체들에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중요한 자리인 셈. 하지만 ‘멋남’ 들에게 피티 워모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스트리트(거리) 패션’ 때문이다. 피티 워모가 진행되는 1주일 동안 피렌체 거리엔 이탈리아 남성들을 필두로, 세계 모든 멋쟁이들이 모여든다. 수많은 사진작가와 패션 블로거들이 이 멋진 ‘리얼웨이(현실)’ 패션을 전 세계에 퍼나른다. 이 사진은 그다음 피티 워모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직접 가서 피렌체의 ‘거리 패션’을 감상했다. 아무래도 이탈리아 남자들은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다. 그들은 컬러로 이야기하고, 바지 길이로 정체성을 드러내고, 액세서리로 여유로움을 풍겼다. 

해마다 전 세계 멋쟁이들이 이탈리아의 남성복 박람회 ‘피티 워모’를 더욱 기대하는 이유는 바로 ‘거리 패션’ 때문이다. 전시회 기간 피렌체 거리엔 런웨이보다 멋진 ‘리얼웨이’ 패션쇼가 펼쳐진다. [사진=패션블로거 지테일ㆍ사진작가 전명진(맨 왼쪽)]


伊 스타일 하나! 남자, 색(色)으로 말하다

‘압도적’으로 과감했다. 컬러와 패턴 선택에 있어서만큼은 세계 어느 누구도 따라올 나라가 없어 보인다. 국내에선 민망해질 법도 한 색상의 옷을 참 자연스럽게 소화한다. 그것도 작은 소품의 포인트 색으로 쓰이는 게 아니라, 재킷이나 팬츠 등 메인 아이템의 색도 매우 튄다. 물론 백인은 다양한 색의 옷을 연출하기에 유리한 점이 많다. 얼굴빛이 노란 동양인에 비해 흰 편이고, 약간 분홍빛도 돈다. 붉은 얼굴 아래엔 옷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색상의 범위가 넓어진다. 형광연두나 빨강, 파랑(그것도 아주 새파랗다) 등이 대표적인 예. 색 자체로는 튀지만, 전체적인 코디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런 게 ‘데일리 웨어(일상복)라니 부러울 따름.

패턴도 비교적 선이 굵고 화려하다.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체크 패턴. 체크무늬 바지는 자칫 광대처럼 보이거나 때론 상하의 밸런스(조화)를 무너뜨리는 골칫덩이 아이템이다. 이들은 이를 색감으로 상쇄시킨다. 이곳 남자들은 ‘색’을 보는 대단한 센스를 지녔다. 이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건 아닐 게다. 낭만적인 이탈리아의 기후와 환경 속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 길러진 ‘눈’이다.

‘색’ 메시지는 소품에서도 드러난다. 화려한 옷 하나만 강조한 게 아니라, 얼굴 위 선글라스나 수염, 혹은 팔찌나 포켓스퀘어 등을 똑같이 ‘화려하게’ 맞춰 통일감을 주는 법도 안다. 이탈리아 남자들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자신의 옷을 어떻게 골라 입어야 하는지 배운다던데, 역시 조화로운 스타일을 만드는 것도 자연스럽게 배어 있다.  



伊 스타일 둘! 팬츠, 접어서 입거나 줄여 입거나…

이탈리아 남자들의 팬츠는 짧다. 이 스타일은 요즘 국내에도 많이 전파됐다. 바지를 접어 입는 ‘턴업’ 타입과, 줄여 입는 팁까지 인터넷에 돌고 있다. 폭은 얼마나 줄이는 게 가장 좋은지, 접어 올린 부분의 넓이는 어느 정도인지까지 코치할 정도. 피렌체 거리에서 만난 남성들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자기 ‘멋’이 확실한 이탈리아 남자들은 아마도 ‘피식’ 하고 웃을 게다. “그런 걸 공식에 맞춰야 하는 거야?” 하면서 말이다.     

전체적으로 몸에 달라붙는 바지 폭과 길이가 짧은 밑단. 이곳 남성들 대부분(극히 소수만 빼고)에게서 보이는 특성이다. 패션이란 사실 절대적인 잣대는 없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날씬하고 세련돼 보이는 것에도 ‘지름길’이 있다면 짧고 슬림한 바지가 정답이다. 이건 남녀노소를 불문한다. 정갈하게 ‘똑’ 떨어지는 끝단은 남자를 더욱 멋지게 만든다. 무엇보다 당신이 옷 매무새를 신경 쓰는 세심한 사람으로 보이게 한다. 작은 옷차림 하나로 ‘삶에 대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는 내 지론과 잘 맞아떨어진다.  



伊 스타일 셋! 팔찌 안 찬 남자는 외계인?

국내에선 40~50대 남자가 팔찌를 차고 다닌다면 매우 눈길을 끌 것이다. 조금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 남성들에게 팔찌란 양말과 벨트처럼 매일 하고 다니는 ‘필수’ 액세서리 중 하나다. 피티 워모 박람회장은 물론, 피렌체 거리를 다니는 내내 손목에 팔찌 한두 줄 감지 않은 남자를 나는 거의 보지 못했다.

머리가 많이 벗겨졌거나 통통한 아저씨 등 일반적으로 신체조건이 ‘멋 내기’에 조금 부족해 보이는 남자들도 다양한 액세서리를 활용해 개성적인 차림을 연출했다. 팔찌뿐만 아니라 타이, 포켓스퀘어, 가방 등의 소품을 확실하게 강조하는 것도 특징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소품의 색상도 화려하다. ‘색’에 대한 선호도는 문화적인 차이가 반영되겠지만 모두가 검정, 감색 양복에 검정 구두를 고집하는 한국의 거리보다 훨씬 생동감이 넘쳤다. 나이 든 남성들도 패션을 즐기며 살아가는 모습이 여유로워 보였다. 



피렌체(이탈리아)=글ㆍ사진 패션블로거 지테일/detailance.com (0,0번 사진은 전명진 사진작가 제공)

정리=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

패션 블로거 지테일(본명 지승렬)은 ‘당신은 생각보다 멋지다’를 주제로 심도 있는 패션 리뷰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LG패션 남성복 ‘마에스트로 일꼬르소’의 홍보담당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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