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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입자제 美의 공백, 중동불안 불렀다
시리아 이어 이집트도 정국혼란…중동 불안 왜
美 이라크 트라우마에 내상
“우린 어느편도 안들겠다” 강조
군부 쿠데타도 묵시적 동조
일부선 高유가지속땐 개입 관측




시리아내전, 이집트 대통령 축출 등 끝없이 이어지는 중동 정세불안의 배경에는 갈수록 확전되는 이슬람 정파 간 힘겨루기와 함께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소극적인 ‘대(對)중동정책’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프가니스탄ㆍ이라크 트라우마로 중동에서 힘의 균형을 맞춰오던 미국이 발을 빼면서 힘의 공백으로 충돌이 잦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10년 전 미국이 이라크전쟁을 벌인 뒤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인명ㆍ재정적으로 큰 손실만 본 채 철수한 결과 소위 ‘이라크 트라우마’가 생겼고, 그 여파가 지금까지 미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이집트 군부가 3일(현지시간)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무력으로 권좌에서 끌어내는 상황에서 명확한 입장 발표를 꺼리고 있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각종 분쟁에 개입하며 세계 최강국으로서의 입지를 다져오던 그간의 행보와는 확연히 틀린 모양새다.

대신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이집트 군부가 무르시 축출을 선언하기 직전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미국 정부)는 어느 편도 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지금 미국이 어느 한 쪽 편을 들면 딜레마에 빠지는 격이 된다.

지난 5월 이집트에 13억달러(약 1480억원) 상당의 군사원조를 승인한 미국으로서는 이집트에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면 대규모 원조를 중단해야 한다. 현행 법률이 “정당한 선거를 거쳐 집권한 정부의 수장이 군부 쿠데타나 칙령 등에 의해 물러나는 국가에 대해서는 지원을 차단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집트 시민의 대규모 시위가 잇따르고 군부까지 나서 최후통첩 후 대통령을 축출한 마당에 현 대통령을 지지할 명분도 옹색하다.

오히려 미국은 이 상황에서 무르시 대통령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면서 군부에 의한 사실상의 쿠데타를 묵시적으로 동조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진행되는 상황이 쿠데타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며 모순적 상황을 애써 비켜간 뒤 “무르시 대통령은 국민이 시위를 통해 드러내는 요구에 더 책임있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그에게 더 많은 조처를 하라고 요구해왔다. 그럼에도 어제 발언은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라고 밝혔다.

무르시가 전날 헌정 수호를 이유로 군부가 제시한 최후통첩을 거부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미국이 규정과 절차적 문제를 피해가면서 대세로 보이는 무르시 퇴진에 순응하는 분위기마저 읽힌다. 미국의 이런 대외정책상의 입장은 앞서 시아파와 수니파, 이슬람원리주의, 세속주의, 자유주의, 탈레반, 헤즈볼라 등 중동의 거의 모든 종파와 정치ㆍ무장세력이 개입된 시리아내전에서도 엿보인 바 있다.

시리아내전이 정부군과 반군 간 화학무기 사용 문제로 비화하자, 미국은 화학무기를 사용한 정부군을 비판하고 반군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러시아 측이 시리아 정부군 지원 입장을 강력히 밝히자 미국은 러시아와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평화회담을 추진하기로 입장을 선회했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시리아와 이집트 등 중동 정세불안으로 미국 경제회복에 부정적인 유가급등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미국이 중동 정세에 본격 개입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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