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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정덕상> 우리는 ‘집단적 오거니즘’ 에 빠져 있나
정덕상 정치부장
작금의 국회 행태는 노무현의 수렁 속에서 벌이는 집단적 광기과 폭력이다. 휴가갈 생각이 없으면 10ㆍ4 남북정상선언을 발전적으로 계승할지, 아니면 재부팅할지 본질을 두고 갑론을박하자.



역사는 이렇게 기록할 것이다. ‘2013년 7월 2일 국회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및 관련 자료 일체를 공개하기로 결의했다. 300명 재적의원 중 276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57명, 반대 17명, 기권 2명, 압도적 의견으로….’

19대 국회, 역사에 남을 전무후무한 위업을 달성했다. 집권여당 새누리당과 제1야당 민주당은 자료제출 요구서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NLL관련 발언의) 진실왜곡과 논란을 말끔히 해소하고 국론분열을 마무리하기 위해”라고 거창하게 썼다.

말끔히? 거짓말이다. 어떤 문건이 새로 나온다고 해도, 보고자 하는 의도가 180도 다른데 일치된 해석이 나올 가능성은 제로다. 논란의 종식이 아니라 새로운 분란의 시작일 뿐이다.

노무현, 노무현스러움, 노무현생각은 도무지 우리 사회가 심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인가. 아니면 노무현의 망령은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어 생각날 때마다 짓눌러야 하는 것일까.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집단 오거니즘’에 빠진 착각이 든다.

전쟁 치르듯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과, 국가기록원이 제출할 대화록은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국정원이 2부를 작성, 한 부는 이미 공개됐고 나머지가 국기기록원에 있기 때문이다. ‘나라영토를 헌납한 반역의 대통령’, ‘국어공부를 다시 해야 하는 독해 불능’. 그 둘 중 하나에 국민 개개인은 일찌감치 줄을 섰다. 자의적인 해석과 자신의 주의ㆍ주장에 맞지 않으면 바로 적으로 돌리는, 흑백논리는 정치권의 전매특허이며, 국민들도 치유불능 상태로 오염됐다. 경기가 끝나 관중들 다 자리 떴는데, 연장전 벌이는 게 국회다. 1%의, 1%를 위한, 1%에 의한 정치인들만의 막장드라마다.

마지막회 시나리오도 나와 있다. 이참에 음성기록까지 공개해서 내년부터 지방선거, 총선, 대선까지 노무현-김정일의 생생한 육성으로 캠페인송 만들고, 벽보 붙여 쉰내 날 때까지 써먹자는 속셈이다. 민주당은 설익은 대북정책으로 인한 ‘안보불안당’의 주홍글씨를 지우려고 안간힘을 쓸 게 눈에 선하다. 정파 간의 이해관계에 따른 야합이 유례없는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라는 입법 쿠데타의 숙주가 된 것이다.

국론은 분열되는데, 청와대는 침묵하고 있다. 국정원이 알아서 한 일이고, 국회가 할 일이라고 했다. 그 침묵을 해석하느라 국론은 또 분열하고 있다. 100%대한민국을 목표로 국민대통합추진위원회는 대선 공약대로 출범했다.

생각난다.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을 즈음, 2009년 4월 22일 그는 “나를 버리라”고 호소했다. “더 이상 노무현은 여러분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 없습니다. 이미 민주주의, 진보, 정의, 이런 말을 할 자격을 잃어버렸습니다. 저는 수렁에 빠졌습니다. 여러분은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라고. 유언(遺言)이었다. 작금의 국회 행태는 노무현의 수렁 속에서 벌이는 집단적 광기와 폭력이다. 휴가갈 생각이 없으면 10ㆍ4 남북정상선언을 발전적으로 계승할지, 아니면 재부팅할지 본질을 두고 갑론을박하자.

jpur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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