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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계 보고서 하나에 휘둘리는 한국증시
독립성 높아 평가 자유로워
외국계 자산운용사 주로 참고
국내 대형주에 미치는 파장 커



지난달 JP모간 보고서로 주가가 급락했던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가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보고서로 직격탄을 맞았다.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는 국내 증권사와 달리 한국 경제나 기업에 부정적인 코멘트를 서슴지 않는 외국계 리포트가 나올 때마다 시장은 격한 반응을 보인다.

SK하이닉스의 실적이 3분기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걸을 수 있다는 크레디리요네(CLSA)의 리포트로 지난 2일 SK하이닉스 주가는 8.72%나 떨어졌다. 한 달 전 JP모간의 목표주가 하향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폭락했던 공포가 이번엔 SK하이닉스를 덮친 것이다.

외국계 리포트의 공습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해 11월 8일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엔씨소프트에 대해 ‘매도’ 보고서를 낸 여파로 주가가 12.91% 급락했다. 지난해 9월 25일에는 UBS가 LG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도’로 하향조정했다는 소식에 5.42% 떨어졌다.


개별종목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에 대한 외국계 증권사의 비관적 전망도 시장에 큰 파장을 낳았다.

이에 2011년 권혁세 당시 금융감독원장은 외국계 금융회사 대표와의 긴급 조찬간담회에서 “자의적인 기준으로 한국의 대외 상환능력이 취약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며 경고를 날리기도 했다.

긍정적인 부분만 부각하는 국내 증권사와 달리 외국계 증권사는 한국 경제나 기업에 돌직구를 날리면서 객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측면도 있다. 기업이나 자산운용사와 갑을(甲乙) 관계인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에 비해 외국계 증권사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은 “우리는 리테일(소매금융)은 하지 않고 기관 영업만 하기 때문에 리포트가 객관적”이라며 “리포트 하나에 시장이 그렇게 움직인다는 것은 주식시장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내 애널리스트는 특정 기업에 대해 ‘매도’ 의견을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심지어 매도 의견을 냈다가 해당 기업으로부터 거센 항의와 함께 출입을 금지당하기도 한다. 해당 종목을 보유한 기관이나 개인투자자의 항의도 이어진다. 이 때문에 국내 증권사의 리포트는 칭찬 일색인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는 외국계 자산운용사 등이 주로 참고하기 때문에 외국인 비중이 높은 국내 대형주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 보유 비중이 47%, 현대차는 43%, SK하이닉스는 32%에 달한다.

하지만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라고 해서 모두 시장에 큰 파장을 낳지는 않는다. 지난 1일 맥쿼리는 SK하이닉스와 관련해 “실적 정점은 아직 오지 않았다”며 목표주가를 3만9000원에서 4만3000원으로 올린 바 있다.

같은 날 CLSA는 셀트리온의 목표주가를 이날 종가인 4만8050원보다 낮은 4만5000원으로 제시해 사실상 매도 의견을 냈다. 하지만 셀트리온의 주가는 연일 급등했다.

SK하이닉스에 대해서도 주가가 단기 급등하자 KDB대우증권 등 일부 국내 증권사가 2~3분기 실적이 피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으로 CLSA의 리포트가 나온 직후 주가가 단기 조정을 받았지만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전망에 3일 개장 직후 SK하이닉스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승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와 관련해 “3분기 PC D램 가격 안정세와 모바일 D램 공급부족으로 하반기에도 수익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지난 2일 과도한 주가 하락은 저가 매수의 기회”라고 말했다.

신수정ㆍ양대근 기자/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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