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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김형곤> 깊은 러프에 빠진 한국…경제엔 벌타가 없다
한국경제가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점점 곪아가고 있다. 골프에서야 1벌타 먹고 드롭 후 쳐서 파세이브나 보기로 막으면 되겠지만, 나라경제가 슬럼프에 빠지게 되면 자신만의 능력으로는 위기탈출이 어렵다.



LPGA 63년 만의 쾌거를 이룬 박인비도 한때 극심한 슬럼프가 있었다. 슬럼프를 이겨낸 비결이 혹독한 훈련이었는지, 가족의 응원과 사랑이었는지, 이 모든 것이 결합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멋지게 탈출했다.

만약 한 나라의 경제가 깊은 러프에 빠진다면 어떻게 될까? 골프에서야 1벌타를 먹고 드롭 후 쳐서 파세이브나 보기로 막으면 되겠지만 경제에 벌타란 없다.

부상을 무릅쓰고라도 탈출을 시도해야 한다. 나라경제가 한번 슬럼프에 빠지게 되면 혼자의 힘만으로, 자신만의 능력으로는 위기 탈출이 어렵다.

박근혜정부의 첫해 경제운영이 벌써 하반기로 접어들었는데 한국 경제는 어떤가? 알게 모르게 조금씩 깊은 러프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다.

겉은 멀쩡하다. 다달이 집계되는 경상수지 흑자, 30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 지표상으로 안정된 물가, 고만고만한 고용지표 등. 하지만 속은 점점 곪아간다. 마치 잃어버린 10년을 앓은, 저성장 고령화에 시달려온 일본을 답습하는 양상이다.

우리가 창조경제를 고심하던 불과 몇 개월 새 글로벌 경제는 급변했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하겠다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RB) 의장의 한 마디에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중국이 경제성장 둔화와 자금경색, 경제체질을 바꾼다고 하자 글로벌 경제는 또다시 움츠러들었다. 일본 아베노믹스의 실패 가능성,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유럽 재정위기, 재차 위기에 봉착한 신흥국 경제 등 한국 경제가 극복해야 할 깊은 러프가 한두 개가 아니다.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IMF) 이후 최악의 위기 상황을 맞고 있는 셈이다. 한국 경제는 8분기 연속 전분기 대비 0%대 성장이라는 유례없는 침체를 겪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별 비전이 없다는 것이다. 장기 불황이 구조화하는 징후가 뚜렷하다.

우리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출범 직후인 지난 3월 2.3%에서 최근 2.7%로 올려잡았다. 내년에는 4%의 성장을 이뤄 1998년 세계 경제위기 이전 한국 경제의 성장 경로를 복원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하지만 별 감흥은 없다.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기업이고 투자다. 투자가 일어나야 일자리가 생기지만 우리 기업들은 투자를 하지 않는다. 대내외 여건이 한치앞을 내다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10대 대기업집단의 사내유보금은 수백조원에 이르지만 기업들은 현금을 쌓아 두기만 한다. 정부가 경제부총리까지 나서 투자와 고용을 독려하지만 기업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국내 기업 이익의 절반, 투자의 상당부분을 삼성전자와 현대ㆍ기아차가 만들어낸다. 만약 이들 ‘빅3’가 고꾸라진다면 한국 경제가 어떻게 될지 상상이 어렵다. 주력산업이던 조선 건설 해운은 고꾸라진 지 오래다. 박근혜정부 들어 중소기업의 손톱 밑 가시빼기에만 혈안이 됐지 정작 수출 대기업에 무엇이 필요한지는 묻지 않는다. 오히려 경제민주화 조치 등 정치권과 정부가 합심해 옥죄기만 한다.

공정한 시장질서는 확립돼야 하지만 지금은 성장동력 찾기도 시급하다. 한국 경제가 깊은 러프에 빠지기 전에 말이다. 

kim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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