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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돌부처
바둑계의 ‘살아있는 전설’ 이창호 9단의 별명은 돌부처다. 치밀한 수읽기로 끈질긴 승부를 펼치면서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아 붙여졌다. 그는 만 11세 때인 1989년 최연소 입단해 14세 때 첫 국내 타이틀을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2000년대 초반까지 10여년 동안 반상(盤上)을 호령했다. 세계대회 최연소 우승(16세)을 비롯해 1995년에는 연간 13회의 최다 우승을 차지했고, 세계대회 최다 우승(23회) 등 대기록을 갖고 있다. 기라성 같은 세계의 고수들이 치명적인 일격을 받아 부채를 활활 부치거나 머리를 쥐어뜯을 때에도 그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궁지에 몰렸을 때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무서운 집중력으로 활로를 뚫었다.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메이저 대회 3연승의 대기록을 세운 박인비가 이창호를 닮았다. 그녀에게도 ‘돌부처’ ‘평온의 여왕’이란 별명이 붙었다. “박인비는 심장이 뛰지 않는 것 같다(카리 웹)”거나 “그녀는 혼자 다른 골프장에서 경기하는 것 같다(브리타니 린시컴)”는 말도 표정 변화 없이 자신의 플레이에 몰입하는 그녀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박인비는 멘탈 트레이닝을 통해 자신의 선택을 믿고 거기에 몰입함으로써 평정심을 유지한다고 한다. 이전 홀에서 보기를 범해도 다시 새 홀에 집중해 위기를 벗어난다.

이는 복잡한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꼭 필요하다. 상황의 변화나 주변의 평가에 연연하며 휘둘리다 보면 자신의 목표가 흐려지고, 자신감도 잃게 된다. 주변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자신을 믿고 목표에 몰입할 때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새 목표를 향해 불끈 일어설 수 있는 것이다. 살아 있는 돌부처가 주는 교훈이다.

이해준 문화부장/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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