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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넌 어디서 왔니?’, 출생지 따라 FTA 울고 웃는 유럽산車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는 자동차업계엔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가격경쟁이 치열한시기에 FTA로 가격을 내리는 건 단비와도 같은 기회이니까요. 특히 FTA의 직접적인 혜택을 받게 될 유럽차 브랜드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같은 유럽차임에도 ‘출생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자국에서만 차를 생산하던 시대가 끝나고, 각 자동차 브랜드가 전 세계 공장 생산 체제에 들어서면서 유럽차 브랜드 역시 ‘메이드 바이 유럽(made by europe)’만 있는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유럽에서 수입되지 않는 유럽차, 이들은 아쉽지만 한ㆍEU FTA의 혜택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유럽차라고 가격 할인을 기대했던 소비자들에겐 조금 서운한 일일 수도 있겠습니다. 업체도 ‘출생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답니다.

지난 1일부로 한ㆍEU FTA 3차 관세인하가 적용되면서 유럽차 업계는 굉장히 분주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모델별로 얼마까지 가격을 인하할지 종일 계산기를 두들기며 앞다퉈 가격 인하를 발표했죠. 그런데 같은 유럽국 브랜드임에도 온도 차가 보입니다.

푸조 시트로엥은 현재 국내 판매 중인 모델 전부를 프랑스 현지로부터, 볼보자동차는 스웨덴에서, 재규어 랜드로버는 영국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볼보자동차 S80이 44만~68만원, S60이 34만~45만원 인하되는 등 이들 브랜드 모델이 모두 FTA 관세 인하 적용 대상에 포함됐죠. 다른 브랜드 역시 가격 인하 폭을 내부 검토 중입니다. 

한편, 친퀘첸토, 친퀘첸토C, 프리몬트 등 3개 차종을 국내에서 판매하는 이탈리아차 브랜드 피아트는 현재 국내 판매 모델 전량이 멕시코 공장에서 수입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번 한ㆍEU FTA 관세 인하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피아트 가격인하를 기대했던 고객이라면 아쉬운 소식일 수 있겠습니다. 같은 유럽차 브랜드이지만, 생산국가에 따라 적용 여부가 엇갈리는 셈입니다.

더 재밌는 건 동일 브랜드 내에서도 모델에 따라 적용 여부가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경우에 따라 비유럽국에서 수입하는 모델도 있기 때문입니다.

폴크스바겐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신형 골프, 골프 카브리올레, 시로코R, 시로코R라인, 티구안, CC, 투아렉, 페이톤 등 7개 차종 16개 모델은 1일부로 40만~180만원에 걸쳐 가격이 인하됐습니다. 하지만 제타, 더 비틀, 파사트 등 3개 모델은 관세 인하 대상에서예외입니다. 제타와 더 비틀은 멕시코에서, 파사트는 현재 미국에서 수입되고 있습니다.

BMW는 어떨까요? 이미 관세 인하폭을 선적용해 판매하고 있는 5시리즈 이상 모델 외에도 320d를 50만원 할인하는 등 1시리즈부터 7시리즈, 드림카 Z4에 이르기까지 30만~200만원 차값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X시리즈에선 또 다릅니다. 유럽에서 수입하는 X1은 30만~50만원 인하했지만, 그밖에 미국에서 들여오는 X3, X5, X6 등은 이번 할인 대상이 아닙니다. 


메르세데스 벤츠 역시 30만~340만원까지 평균 1% 가격이 인하됐지만, 미국에서 수입하는 M클래스는 FTA 혜택을 받지 못합니다. 아우디는 전량을 유럽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A4와 A6를 각각 40만원, 60만원 인하하는 등 전 모델에 걸쳐 1% 내외로 가격을 내렸습니다.

참고로, 명차의 대명사 롤스로이스는 어떨까요? 롤스로이스 역시 유럽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가격 인하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몇십만원 내리는 다른 모델과도 급이 다르죠. 3억3900만원인 고스트가 400만원, 7억5000만원에 이르는 팬텀 익스텐디드 휠베이스는 800만원 가격을 내렸습니다. 800만원을 내렸다니, 거의 경차 한 대 값 가격을 할인한 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한번 타보기라도 할 날이 있을까 모르겠네요.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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