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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심조심 코리아’ 이끄는 이 남자…
산업현장은 지금도 6분마다 1명씩 부상·5시간마다 1명씩 사망 사고…산업재해 최소화 이끄는 산업안전보건공단 백헌기 이사장의 열정·도전
산업현장 책임자부터 안전교육 만전
외국인근로자와 소통위한 앱 개발도

산업현장 사고 뉴스도 실시간 전송
경각심 일으켜 사고발생률 최소화
작년 산업재해율 공단창립후 최저

슬로건도 ‘조심조심 코리아’로 바꿔
20여년 노·사 조정役 “신뢰는 재산”




경기 화성에서 전남 여수까지. 국민들은 전국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고를 뉴스를 통해 듣는다. 그러나 한건 한건 산발적으로 사고 소식을 듣기 때문에 대한민국 산업계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가 얼마나 많은지, 얼마나 심각한지 체감하지 못한다.

통계치를 보면 깜짝 놀란다. 산업현장에서는 6분마다 1명씩 부상을 입는다. 5시간마다 1명씩 근로자들이 사망한다. 1년 기준 9만명이 부상하고, 2000명가량이 사망하는 셈이다. 지난 2011년 산업재해로 인한 직ㆍ간접적 경제 손실은 18조원이 넘는다는 통계치도 있다. 대한민국 산업현장은 아직 ‘안전’한 곳이 아니다.

산업현장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백헌기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www.kosha.or.kr) 이사장을 만나 왜 산업현장 안전이 중요한지 얘기를 들어봤다. 7월 첫째 주(1~6일)는 제46회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산업계 안전을 책임진다=하루가 멀다 하고 산업현장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역할은 크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지 등 사고를 예방하는 활동을 한다. 산업안전 교육을 근로자들에게 해주는 것은 필수다. 특히 경영자들에게 산업안전을 강조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안전사고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백 이사장은 2011년 7월부터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을 이끌고 있다. 그는 항상 ‘현장’을 강조한다. 주말에도 사고가 일어나는 현장을 찾아가 사태를 수습하고 재발 방지책을 논의한다. 백 이사장은 “현장에 답이 있다”면서 “현장에 가면 어디에 위험요소가 있는지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험요소를 근로자는 물론 사용자가 합심해 고쳐 나가면 산업재해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혁신, 도전, 창의…백 이사장의 넘치는 아이디어=백 이사장은 2년 전 취임하면서 공단 직원들에게 새로운 주문을 했다. 규제를 통해 산업현장이 바뀌기를 바라지 말고, 스스로 산업현장이 바뀔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었다.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간의 공생협력 프로그램을 만들어 산업재해를 줄여 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또 그 전에는 근로자 교육에 치우쳤지만, 백 이사장은 각 산업현장의 책임자인 사장들에게 산업안전의식을 고취시켰다.

백 이사장은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과 한국인 근로자들 간 소통이 문제가 된다는 점에 착안, 의사소통을 해줄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지시했다. 간단히 소통할 수 있는 13개국, 300여 문장으로 된 이 앱은 현재까지 모두 4만여명이 내려받아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다. 또 체조송을 앱에 넣어놔 근로자들이 일하기 전에 편하게 체조를 하며 스트레칭을 할 수 있게 해줬다.

이 앱은 전국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고 뉴스도 실시간으로 전송해주고 있다. 사고 뉴스를 접한 근로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사고 발생률을 최소화해 보겠다는 백 이사장의 반짝 아이디어였다.

백 이사장은 “산업재해를 줄이는 것은 크고 대단한 것에서 출발하지 않는다”며 “작은 부분을 고치고 수정해 산업재해를 전체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노력 때문에 산업재해율은 공단 창립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3년 0.9%였던 재해율은 2011년 0.65%, 2012년에는 0.59%까지 떨어졌다. 백 이사장의 공로를 치켜세우자 그는 “나보다 우리 공단 직원들이 사명감을 갖고 일했고, 각자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직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항상‘ 현장’을 강조하는 백헌기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 백 이사장은 사고가 나기 전에 산업현장을 찾아 “조심조심”해야 한다고 누차 강조한다. 그의 노력 때문이었을까. 산업재해율은 공단 창립 이후 처음으로 0.6% 이하로 떨어졌다. [사진제공=한국산업안전보공단]

▶‘빨리빨리’에서 이제는 ‘조심조심 코리아’=백 이사장의 노력으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슬로건은 조심조심 코리아로 바뀌었다. 공단 직원들의 명함 한쪽 구석에는 ‘조심조심 코리아’가 선명히 새겨져 있다.

뭐든 빨리빨리 해야 성미가 풀리는 대한민국 문화를 조심조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공단 내부부터 조심조심을 몸에 배게 했다. 이를 통해 산업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건사고를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렇다 보니 백 이사장은 집에서도 조심조심이다. 외출이라도 하려면 가스밸브는 잠갔는지, 전기장판은 꺼놨는지 몇 번씩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백 이사장의 이런 모습에 부인이 자주 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이미 몸에 밴 버릇이라 어쩔 수 없다고 백 이사장은 말했다. 그는 “빨리빨리 문화로 우리나라가 성장을 했지만, 더 선진국이 되고 더 발전하기 위해선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고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조심조심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여년의 조정자 역할=한국노총 사무총장 출신인 백 이사장. 한때는 김포공항 파업을 주도하기도 했던 인물이다. 이후 그는 중앙노동위원회 등에서 노사 조정자 역할을 해왔다.

젊었을 때 한 성질 한다는 소리를 들었던 그가 20여년간 조정 및 심판 업무를 하다 보니 스스로 변했다고 말했다. 이제는 얘기하는 것보다 남들 얘기를 듣는 게 편하다.

백 이사장은 “노사 조정 업무를 보다 보니 상대방과 마음이 통하고, 무엇보다 듣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백 이사장은 ‘신뢰는 재산이다’라는 좌우명을 갖고 있다. 살아갈 때 최고의 덕목이라고 치켜세운다. 신뢰를 받았기 때문에 20년간 조정업무를 볼 수 있었고, 공단 이사장까지 올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앞으로도 조정자 역할을 하고 싶다는 그의 희망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허연회 기자/okido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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