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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운상가 녹지축 백지화…1000억 날렸다
서울시, 전면철거서 보존으로 계획변경…부동산경기도 나빠 사업비 회수 불투명
서울시가 종로 세운상가 일대를 당초 ‘대규모 전면철거’에서 사실상 ‘보존’하는 방식으로 계획을 변경하면서 1000억원가량의 예산을 날릴 처지에 놓였다. 서울시가 세운상가를 철거한 뒤 종묘와 남산을 잇는 녹지축 조성의 시발점으로 968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세운초록띠공원의 사업비 회수가 사업계획 수정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 놓였기 때문이다.

도심 녹지축 재생프로젝트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역점사업으로 이번 계획 변경으로 또 다시 제동이 걸리게 됐다. 시는 지난달 26일 세운상가를 기존 대규모 철거방식에서 분리 보존 및 리모델링하는 방식으로 바꾼 ‘세운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을 발표한 바 있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오 시장 재임 시절 당시 세운상가를 전면 철거하고 개발과 함께 도심 녹지공원을 만들기로 했다. 이곳을 시작으로 종묘와 남산을 잇는 도심 녹지축을 만들어 휴식공간을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총 사업비가 1조4000억원이 드는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세운초록띠공원’은 그 계획의 시발점이었다. 시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2구역과 4구역 사이인 1구역 내 녹지 시발점인 세운초록띠공원(3748㎡)을 조성키로 하고 토지보상비 등으로 총 968억원의 예산을 투자했다. 세운상가가 철거 뒤 재개발되면 구역 내 주민에게 사업비를 회수할 목적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서울시장 교체 및 사업계획 변경 상황까지 이어지면서 사업비 회수가 불투명해진 것. 거기에 4구역은 건너편의 종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도록 한 문화재청의 층고 제한 결정으로 사업성도 악화된 상황이다. 이에 주민이 공원 조성에 따른 비용부담에 크게 반발하면서 1000억원의 예산 회수가 어렵게 된 것.

현재 세운초록띠공원은 벼농사에 이용 중이다. 서울시가 공원 조성 비용을 줄이기 위해 막대한 예산이 드는 공원 조성 대신 최소한 비용으로 관리할 수 있는 농지로 이용하고 있는 것.

현재 공원 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시 중부공원녹지사업소 관계자는 “최소한의 비용을 들이기 위해 시에서 구역과 활용방안 등을 결정해 지침을 내려보냈다”면서 “언제 계획을 바꿀지 몰라 땅을 놀릴 수는 없고 임시로 쓸 때 보통 이런 농사를 짓는 방법을 쓴다”고 말했다.

SH공사 관계자는 “일단 2016년 착공해 2019년 완공 계획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게 사실이지만 주민과의 약속도 있고 해서 그만둘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무부서인 시 도시계획국 역사도심관리과 측은 “예산낭비가 아니다”면서 “연말까지 주민과 협의를 통해 부지 활용방안 및 예산부담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명재 역사도심관리과 도심활성화팀장은 “만약 주민이 계속 반발한다고 하면 해당 비용을 시가 기반시설 마련 차 예산을 투입한 공공투자로 처리할 수도 있다”고 했다.

황혜진 기자/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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