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포 차이나(made for China)는 중국을 위한 경제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얻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비즈니스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난달 28일 박근혜 대통령은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와의 면담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3박4일 동안 “시엔주어펑요우(先做朋友) 호우주어셩이(後做生意)”라는 중국 속담을 세 번이나 언급했다. ‘사업을 하려면 먼저 친구가 되어라’라는 이 중국 속담 역시 ‘메이드 포 차이나’의 연장선상에 있다.
중국 경제를 생산 전진기지로서가 아니라 ‘중국 중산층 중심의 내수시장’으로 봐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함축돼 있는 단어가 ‘메이드 포 차이나’와 ‘친구’다. 이번 방중을 통해 대중 교역의 대(大)전환을 예고한 셈이다.
박 대통령의 대중 교역 전환점은 중국 내수 소비시장 진출 및 교역의 다변화로 모아진다.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은 물론 박 대통령의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공장 건설현장 방문, 총 30억달러에 달하는 SK-시노펙 간 우한 에틸렌공장 합작투자 등은 모두 중국 내수시장에 대한 진출기반을 조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박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지난 27일 채택한 공동성명서에서 한ㆍ중 FTA와 관련, “실질적인 자유화와 폭넓은 범위를 포괄하는, 높은 수준”이라는 문구로 조율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통상 90% 이상의 품목에 대해 관세 또는 비관세 장벽을 없애는 ‘높은 수준의 FTA’를 통해 중국 내수시장에의 진출 접점을 최대한 늘리겠다는 것이다. 2일부터 부산에서 열리는 한ㆍ중 FTA 1단계 6차 협상이 2단계 협의로 넘어가는 전기가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이 방중 기간 친구를 유독 강조한 것도 중국의 대진출 전략 변화를 위해선 양국 간 새 틀을 짜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고 청와대는 설명한다. 양국 국민의 상호 신뢰 분위기가 마련되지 않고는 중국 내수시장 진출 역시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메이드 포 차이나는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통해 과거 일방적이고 외부변수에 취약했던 양국 교역구조를 향후 20년을 내다볼 수 있는 안정적이면서도 호혜적인 교역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며 “여기엔 중소ㆍ중견기업이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사다리 경제구조의 복원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