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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 - 정용덕> 만델라와 공공리더십
혼돈 시대 지도자 갈망 욕구
‘리더십’보다는 ‘리더’에만 초점

인간의 삶 어떻게 변화시켰나
방법·과정이 우선 요구될 때



지난달 폐 감염증으로 입원한 만델라(Nelson Mandela) 전 남아공 대통령이 일주일째 사경을 넘나들고 있다고 한다. 이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면서 대학에서 공공리더십을 강의하는 사람으로서 특별한 감회에 젖지 않을 수 없다. 만델라의 리더십은 필자가 강의 시간에 종종 소개하는 사례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만델라는 자신이 속한 나라는 물론이고 많은 세계인들에게 영감을 준 정치지도자다. 물론 역사적으로 세상을 변화시킨 이들은 많다. 알렉산더, 시저, 나폴레옹 등 대개 위인전에 이름을 올린 이들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에 비하면 만델라가 성취한 정치적 위상이나 활동 범위는 매우 소박한 편이다. 그러나 그는 부처, 공자, 예수와 같은 성인(聖人)들을 제외하면, 간디(Mahatma Gandhi)와 더불어 세계인들의 마음에 가장 깊이 영향을 미친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기억될 것 같다.

마침 우리나라에서도 리더십에 대한 연구와 세미나 그리고 리더십을 함양하기 위한 강의나 교육훈련 프로그램들이 크게 늘고 있는 요즈음이다. 리더십에 대해 이처럼 높아지는 관심이 소위 ‘힐링’에 대한 열기와 더불어 아마도 우리 사회, 더 나아가 지구촌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하는 징후가 아닌가도 싶다. 생활이 어렵거나 세상이 뒤숭숭할수록 위대한 지도자를 갈망하는 징후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이것을 계기로 바람직한 리더십이 무엇이며 그것을 함양하고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거듭 생각해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우려되는 것은 이들 각종 리더십 프로그램들이 ‘리더십’이 아니라 ‘리더’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다. 개인의 네트워크 관리나 처세술 등을 가르치는 다분히 상업적인 프로그램들은 차치하고,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들도 주로 투입에 더 많은 비중이 주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어떻게 리더가 되었는지 혹은 될 수 있는지에 주로 관심이 주어지는 것이다. 반면에 리더와 추종자(follower)들이 그들이 처한 상황적 맥락을 더불어 인지하여 공동의 비전과 목표를 세우고, 필요한 유ㆍ무형의 자원을 동원해 그 목표를 달성한다는 의미에서의 리더십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이다.

최근의 리더십 프로그램들이 대통령이나 장관 등의 정치리더십에 그 초점이 주어지고 있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정치권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높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가발전에서 정치지도자들의 역할이 중요함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과학기술에서 문화예술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의 크고 작은 조직에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과제들을 동료들과 더불어 의논하고 격려해 가며 실천하는 중간수준의 리더들이나 그 밖의 조직구성원(즉 추종자)들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고위직 정치리더십 중심의 리더십 논의는 가뜩이나 ‘정치 과잉’인 우리 사회에서 이를 더 부추기는 결과가 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리더십 논의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또 다른 사안은 윤리성에 관한 것이다. 자신이 속해 있는 조직의 궁극적인 목표가 조직의 중간 목표나 수단에 의해 대체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구성원들을 격려하는 이른바 ‘덕성(virtue)의 리더십’이 그것이다. 2009년 말 스웨덴 요테보리(Gothenburg)대학의 정부연구소가 펴낸 보고서에 의하면,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구글(Google) 조회 건수에서 만델라와 간디가 약 13만건을 각각 기록 반면, 히틀러와 스탈린은 불과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5만건 정도였다고 한다. 사람들의 삶에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왔는가보다는 어떤 내용의 변화를 어떤 방법과 과정을 거쳐 가져왔는가가 훨씬 더 중요함을 입증하는 자료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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