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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조직에 강은경이란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에 남기고 싶어요"
[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비릿한 피 냄새와 수컷 냄새가 진동하는 범죄의 세계, 범인을 잡는 것은 형사들의 몫이지만 형사들 못지 않게 치열한 두뇌 싸움을 벌이는 이들이 있다. 범죄 심리ㆍ행동을 분석하는 프로파일러들이 바로 그들이다.

1일 ‘제63주년 여경의 날’을 맞아 경위에서 경감으로 특진한 강은경(32) 경감 역시 프로파일러다. 제복이 아닌 사복 차림으로 만난 강 경감은 예상보다 앳되고 수줍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수줍은 웃음 사이로 보이는 논리적 면모는 그가 경찰이자 프로파일러란 사실을 날카롭게 증명하고 있었다.

강 경감은 경찰대학교 21기생으로 2005년에 경찰에 입문, 현재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프로파일러로 활약 중이다. 1일 경찰청은 한국 최초 범죄위험 지역 및 범인 거주지 예측이 가능한 지리적 프로파일링 시스템(GeoPros)을 개발ㆍ고도화한 공로로 강 경감을 특진자로 선정ㆍ표창했다.

2009년 4월에 개발, 일선에 도입되기 시작한 지리적 프로파일링 시스템은 검거와 범죄 예방 활동에 큰 성과를 거뒀다. 시스템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범죄위험 예측지역을 중심으로 순찰 활동을 벌인 결과, 인천 연수경찰서에선 범죄발생률이 무려 44% 감소했으며 광주청 역시 31.5%가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이 시스템은 현행범 검거와 사건해결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강 경감이 말하는 여성 프로파일러의 장점은 무엇일까? 그는 “프로파일러는 범인의 내면 속으로 잠입해야하는데, 말을 건네고 들어주는 데 익숙한 여성의 친화력이 장점이 될 때가 많다”고 답했다. 남성 프로파일러의 경우 범인이 의심ㆍ경계를 거두기 쉽지 않지만 여성은 마음의 벽을 허물고 심연의 진실에 다가서는 데 능하단 설명이다.

“연쇄성폭행 사건을 수사중이던 형사 분이 ‘이 놈은 절대 입을 안 여는 놈‘이라며 범인을 제게 데려왔어요. 그런데 마음의 벽을 허물고 나니까 결국 제가 듣기 싫어질 때까지 4~5시간 동안 범행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더군요.”

한편 강 경감은 22개월 된 아들을 둔 엄마이기도 하다. 일 욕심이 많은 탓에 아이 생각을 하면 늘 미안함이 앞선다. 그는 “시어머니께는 늘 부족함이 많은 며느리라 죄송하다”며 말을 아꼈다.

“할 일이 참 많아요. 아들보다 먼저 낳은 자식인 지리적 프로파일링 시스템을 더 훌륭한 프로그램으로 업그레이드 해야 하고…. 기회가 닿는다면 현장에 나가 직접 수사도 하고 싶어요. 경찰 조직에 ‘강은경’이란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사람들의 기억에 꼭 남기고 싶어요.” 당찬 야심의 여경인 그가 힘주어 말했다.

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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