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열의 <그 남자 그 여자의 파리>

파리지앵 일상으로 본 파리

[북데일리] 여행 에세이를 읽는 이유는 떠나기 위해서 혹은 떠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후자의 경우 단순하게 여행으로 머물렀던 타국의 도시에 정착하여 살고 있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 붉은 표지와 여인의 뒷모습이 인상적인 <그 남자 그 여자의 파리>(2011. 에디터)는 그런 삶을 보여준다.

저자는 파리 유학 중 현지인과 결혼하여 17년 동안 파리에 살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도시인 파리를 여행자의 시선이 아닌 현지인으로 살아가면서 느낀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니까 이 책은 파리를 말하는 게 아니라, 파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책은 저자의 삶을 중심으로 파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을 통해 파리를 말한다. 지인들의 생활을 통해 파리를 만나는 것이다.

책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저자를 비롯해 모두 독특하다. 독신으로 즐거운, 결혼이 아닌 비혼을 사랑하는, 몇 번의 이별에도 여전하게 사랑을 꿈꾸고,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위해 살아간다. 있는 그대로 상대를 인정하고 당당하고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며 누구와도 잘 어울린다. 그들이 사랑하는 파리처럼 말이다.

“주어진 가치에 나를 끼워 맞추고 싶지 않아. 혼자 산다는 것, 그리고 프리랜서로 일을 한다는 것은 자신을 위한 만족감을 스스로 찾는다는 명제가 필요하거든. 난 남이 던져준 도덕적 기준을 잡으려고 달려가지는 않을 거야. 결혼이든 일이든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찾는 것이 내가 살아 있는 증거가 아닐까 생각해.” 176쪽

사진을 통해 만난 풍경과 그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평온하고 자유롭다. 경제적으로 풍족하거나,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없는 건 아닐 것이다. 그건 그들이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가 파리를 사랑하는 건 어쩌면 그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 때문은 아닐까.

“파리는 뭐랄까.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곳이야. 만약에 파리에 사는 사람 중에 누군가가 지루하다고 한다면 지루한 것을 원하기 때문이거나 엄살 때문일 거야.” 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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