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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음이 끓는 클럽‘검은 손’의 파티가…
밀착된 공간‘불타는 금요일’을 즐기는 2030…부비부비 가장한 성추행·VIP룸은 신종마약 거래 장소로…욕망이 넘치는 그곳은 지금
2000년대 초 홍익대를 중심으로 힙합클럽이 유행처럼 번졌다. 이후 힙합은 물론, 일렉트로닉 음악을 전문적으로 트는 클럽이 서울 강남을 비롯해 전국 각지로 퍼져나갔다. 20대 젊은이들에게 클럽은 하나의 문화가 됐고 가장 핫(HOT)한 장소가 됐다. 한껏 멋을 낸 남녀들이 주말이면 길게 줄을 서면서 클럽을 찾는 것은 더 이상 낯선 모습이 아니다. 하지만 클럽은 겉모습이 화려하지만 범죄에 취약하다. 무방비 상태일 때가 많다. 성추행은 물론, 성폭행이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최근에는 신종 마약이 은밀히 거래되는 어두운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

▶밀착된 공간, ‘부비부비’를 가장한 성추행… 성범죄 모의까지=지난 22일 서울 이태원의 한 클럽. 40평이 조금 넘는 지하공간에는 족히 백 명은 넘어 보이는 클러버(Clubber)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앞뒤 공간이라고는 채 20cm도 안 되는 곳에서 20~30대 남녀들이 한 손에 술잔을 들고 토요일 밤을 즐기고 있었다. 음악과 춤을 즐기는 사람들 가운데 노출이 심한 여성의 몸을 은근슬쩍 만지며 스킨십을 시도하는 남성들의 모습이 쉽게 눈에 띄었다. 한 남성은 몸에 밀착하는 최신 유행춤 ‘부비부비’를 추며 한 여성에게 접근했다. 그러자 여성은 불쾌한 내색을 하며 자리를 서둘러 떠났다.

이날 클럽을 찾은 박민영(26ㆍ여) 씨는 “춤을 추다보면 불쾌할 정도로 몸에 밀착하는 남성들이 종종 있다”며 “그런데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면 되레 ‘너도 즐기러 왔으면서 왜 성질이냐’고 화를 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클럽 관계자는 “가끔 여성에게 과도한 신체접촉을 하는 손님들로 인해 소동이 벌어지기도 한다”며 “소란이 발생하면 경비를 책임지는 ‘가드’가 당사자들을 정리하긴 하지만 정도가 심한 경우 경찰이 출동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클럽 관계자는 “아무래도 방문하는 손님들 대부분이 어느 정도 술에 취한 상태라 말썽이 발생하면 통제하기가 힘들다”고 털어놨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20대 젊은이들에게 클럽은 하나의 문화가 됐다. 하지만 클럽은 겉모습이 화려하지만 범죄에 취약하다. 성추행은 물론, 성폭행이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최근에는 신종 마약이 은밀히 거래되는 어두운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

추행을 넘어 진짜 ‘성범죄’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달 초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살해범은 대구의 한 클럽에서 만난 피해자를 뒤쫓아 납치한 후 성폭행을 하고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달 서울 강남경찰서는 클럽에서 만난 20대 여성을 집에 바래다주겠다며 따라가 집단 성폭행한 혐의(특수강간)로 A(35) 씨 등 3명을 구속하기도 했다.

아예 하룻밤 섹스를 나눌 상대를 찾기 위한 목적으로 클럽을 찾는 이들도 있다. 이들이 모이는 곳은 인터넷 유흥관련 웹사이트다. 이곳에는 “오늘 클럽에서 만난 여성과 홈런에 성공했다”(원나잇에 성공했다는 은어)는 글은 물론 여성의 나체인증사진 등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한 번에 여성을 환각상태에 빠져들게 할 수 있다는 광고글과 함께 최음제를 사고파는 이들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클럽에서 물뽕이라고 불리는 최음제를 여성에게 먹여 성폭행하는 것은 고전전인 수법”이라며 “클럽에서 귀가하는 여성들을 납치해 성폭행하는 등 수법이 점점 대담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클럽 VIP룸은 마약파티 장소되기도=클럽은 신종 마약의 유통 및 소비현장이 되기도 한다. VIP룸 등 외부출입이 통제된 공간에 마약을 몰래 반입해 술과 함께 복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적발된다.

주로 외국인 유학생이나 미군 등을 통해 반입된 신종마약을 소수의 지인끼리 룸을 빌려 환각파티를 벌이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수차례에 걸쳐 신종 마약인 ‘합성 대마(스파이스)’ 약 3500g(시가 약 2억원 상당)을 국내에 몰래 들여온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미 8군 2사단 소속 B 이병을 구속했다.

B 이병은 국제우편 등을 통해 밀수한 스파이스를 국내 거주 미군 및 유학생들에게 팔았다. 이 스파이스는 환각 효과가 천연 대마의 5배에 이르는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담배처럼 흡연하는 방식이어서 거부감이 적고 가격이 싸 국내 클럽 등에서 외국인과 유학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강남 일대 클럽을 자주 방문하는 미국 국적 유학생 C 씨는 “스파이스는 얼핏 보면 담배와 비슷해 보여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며 “유학시절 대마초를 즐겨 피우던 유학생들이 클럽 룸을 잡고 정기적으로 스파이스를 피운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대마를 재배해 강남클럽 등지에서 판매한 연예인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지난 5월 강원도 야산에서 채취한 야생대마를 이용해 마약을 만든 혐의로 인디밴드 멤버 C 씨 등 6명을 검거했다. 이들이 제조한 마약은 강남 클럽 일대에서 유학생 등에게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은밀하게 소비되는 마약의 특성상 폐쇄적인 클럽공간이 유통 장소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찰은 강남일대 클럽의 지속적 첩보활동과 단속을 통해 신종마약 유통 및 소비를 뿌리뽑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서상범 기자/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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