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盧 임기 넉달남기고 訪北…성과급급 ‘저자세’ 발표는 과대포장
최대성과 자평 서해평화협력지대
北 김정일 부담느껴 미지근한 반응
北核폐지 관련해선 언급도 없어

“평화협력지대 양측 다 법 포기한다”
北주장에 동조 ‘NLL포기’ 단초 제공

盧, 北사용 어휘 주로 사용 눈길
지나친 겸양표현·특유의 노련한 화법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에 대한 해석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여야 간 공통된 인식은 ▷임기를 4개월 앞두고 성급하게 정상회담을 추진했고 ▷성과를 내려다 보니 ‘저자세’발언이 나왔고 ▷방북 성과는 과장됐다는 3가지로 요약된다. 특히 국민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정도로 저자세 발언이 나왔고, 이 와중에 국익이 훼손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상회담에서도 예외없는 노무현 화법=가장 두드러진 화법은 시비 걸다, 달랑 두 시간, 싹둑, 팔아먹다 등의 표현이다. “현명하게 하셨고, 잘 하셨구요” 등의 반복적 단어 사용이나, “~않았습니까”라는 노 전 대통령 특유의 반문형 표현도 드러났다. 물론 이런 소소한 표현상의 습관은 개인의 특징일 뿐이다. 문제는 없다.

정작 문제는 단어선택에서부터 드러난다. 북한 입장에 선 듯한 단어 선택은 이번 대화록 공개와 연관된 논란의 하나다. 혁명적 결단, 친미국가, 제국주의, 남측 등이다. 또 우리 국내 여론에 대해 ‘벌떼’ ‘바보’ ‘맞서다’라는 표현을 쓴 것과 대조된다.

지나친 겸양 표현도 저자세 논란을 불렀다. “하겠다”대신 “하고 싶습니다”라고 한다거나, “오후 시간이나 잡아주십시오” “오후에 보지말고 가라 이러면요”라는 표현은 마치 아이와 어른의 대화에 나올 법한 표현이란 주장이 많다.

이산가종 상봉 문제를 제안할 때 “욕심을 좀 더 부리면 생사확인이 중요하다”고 말해 이 문제가 마치 북한의 선심을 기대하는 듯한 표현을 택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일꾼, 군부 등과 같이 철저히 북측 표현을 썼고, 배석한 북측 관료는 철저히 ‘하대’하며 권위를 세웠다. 우리 측 인사에는 존대를 했지만, 최소화했다. 동문서답식 답변으로 상대방이 같은 말을 여러번 반복하게끔 한다던가, 민감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다른 질문으로 넘기는 노련함도 보였다.

▶성과는 과대포장=2007년 10월 4일 노 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회담과정과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가져갔던 보자기가 적어서 짐을 다 싸기가 어려울 만큼 성과가 좋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화록 내용과 당시 발표를 대조해 보면 분명한 차이가 발견된다. 가장 민감한 북핵 문제의 경우 김정일 위원장이 북핵 폐기에 관한 분명한 의지를 밝혔다고 설명했지만, 대화록에서 김 위원장은 ‘핵’이란 단어조차 사용하지 않았다.

최대 성과로 자평한 서해평화협력지대 역시 대화록을 보면 북한의 반응이 미지근하다. 북한 내 조선산업단지를 건설하겠다고 제의해 황해도 해주 지역을 받아냈지만, 이를 서해평화지대로까지 확대하자는 데는 김 위원장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지금 서해 문제가 복잡하게 제기되어 있는 이상에는 양측이 용단을 내려서 그 옛날 선들 다 포기한다. 평화지대를 선포, 선언한다. 그러고 해주까지 포함되고 서해까지 포함된 육지는 제외하고. 육지는 내놓고 이렇게 하게되면 이건 우리 구상이고 어디까지나, 이걸 해당 관계부처들에서 연구하고 협상하기로 한다”고 말했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설치해 평화 문제, 공동번영 문제를 일거에 합의하기로 하고 필요한 실무협의를 계속해 가면 내가 임기 동안에 NLL문제는 다 치유가 됩니다. NLL보다 더 강력한 것입니다”라고 몰아붙였다.

하지만 결국 김 위원장의 답변은 “이걸로 결정된 게 아니라 구상이라서 가까운 시일 내 협의하기로 한다”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이어 “평화협력지대가 서부지대인데, 바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그건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카면 실무적인 협상에 들어가서는 쌍방이 다 법을 포기한다. 과거에 정해져 있는 것”이라고 제안한다. ‘북한은 자체 설정안 군사분계선을 남측은 북방한계선(NLL)을 동시에 포기하자’는 제안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여기에 노 전 대통령은 “예 좋습니다”라고 답해 ‘NLL 포기’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성과도 부풀려진 측면이 발견된다. 노 전 대통령은 “이산가족 문제는 시급한 문제라는 데 김정일 위원장도 공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화록에서 김 위원장은 우리 측 요구에 대해 대답을 얼머무린다. ‘공감’이라는 표현이 무색해진다.

한편 10월3일 정상회담 초반 김 위원장은 심드렁한 반응이었고, 이 때문에 노 전 대통령 측은 오후까지 집요하게 회담을 연장했다. 임기가 넉 달밖에 남지 않은 노 전 대통령이 ‘성과’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던 셈이다. 결국 참여정부가 발표한 10ㆍ4선언 결과 대부분은 오후 회담내용과 연관이 깊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