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4일 노 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회담과정과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가져갔던 보자기가 적어서 짐을 다 싸기가 어려울 만큼 성과가 좋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화록 내용과 당시 발표를 대조해보면 분명한 차이가 발견된다.
가장 민감한 북핵문제의 경우 김정일 위원장이 북핵폐기에 관한 분명한 의지를 밝혔다고 설명했지만, 대화록에서 김 위원장은 ‘핵’이란 단어조차 사용하지 않았다.
최대 성과로 자평한 서해평화지대 역시 대화록을 보면 북한의 반응이 미지근하다. 북한 내 조선산업단지를 건설하겠다고 제의해 황해도 해주 지역을 받아냈지만, 이를 서해평화지대로까지 확대하자는 데는 김 위원장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지금 서해문제가 복잡하게 제기되어 있는 이상에는 양측이 용단을 내러서 그 옛날 선들 다 포기한다. 평화지대를 선포, 선언한다. 그러고 해주까지 포함되고 서해까지 포함된 육지는 제외하고. 육지는 내놓고 이렇게 하게되면 이건 우리 구상이고 어디까지나, 이걸 해당 관계부처들에서 연구하고 협상하기로 한다”고 말했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설치해 평과문제, 공동번영 문제를 일거에 합의하기로 하고 필요한 실무협의를 계속해 가면 내가 임기 동안에 NLL문제는 다 치유가 됩니다. NLL보다 더 강력한 것입니다”라고 몰아부쳤다.
하지만 결국 김 위원장의 답변은 “이걸로 결정된 게 아니라 구상이라서 가까운 시일내 협의하기로 한다”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이어 “평화협력지대가 서부지대인데, 바다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그건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카면 실무적인 협상에 들어가서는 쌍방이 다 법을 포기한다. 과거에 정해져 있는 것”이라고 제안한다. ‘북한은 자체 설정안 군사분계선을 남측은 북방한계선(NLL)을 동시에 포기하자’는 제안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여기에 노 전 대통령은 “예 좋습니다”라고 답해 ‘NLL 포기’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
이산가족 문제해결을 위한 성과도 부풀려진 측면이 발견된다. 노 전 대통령은 “이산가족 문제는 시급한 문제라는 데 김정일 위원장도 공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화록에서 김 위원장은 우리 측 요구에 대해 대답을 얼머무린다. ‘공감’이라는 표현이 무색해진다.
한편 10월3일 정상회담 초반 김 위원장은 심드렁한 반응이었고, 이 때문에 노 전 대통령 측은 오후까지 집요하게 회담을 연장했다. 임기가 넉 달 밖에 남지 않은 노 전 대통령이 ‘성과’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던 셈이다. 결국 참여정부가 발표한 10.4선언 결과 대부분은 오후 회담내용과 연관이 깊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