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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생 토크> “갤러리 많아야 신나…강심장은 나의 힘”
메이저 한국여자오픈서 데뷔 첫 우승…열아홉살 전인지의 꿈
강심장 루키
스승과 3년간 멘탈트레이닝 집중
즐겁고 신나게 몰입하자 효과가…

아버지의 선택
“내딸 인지, 무조건 골프로 성공”
수학영재 미련 떨치고 제주 전학

생각대로 골프
‘꾸준한 성적내기’ 첫해 목표 순항
LPGA 꿈…“인비 언니처럼 성공”



하얗고 동그란 얼굴에 입가는 늘 미소를 달고 있다. 여자골프 시즌 첫 메이저대회 최종일 마지막 4개홀 연속 버디쇼로 믿기지 않는 역전우승을 만들어낸, 그 겁없는 신인이 맞나 싶다. 지난 23일 끝난 기아자동차 제27회 한국여자오픈에서 투어데뷔 첫 해 첫 우승을 차지한 ‘뉴 메이저퀸’ 전인지(19·하이트진로)를 경기도 성남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만났다. “골프복도 안입었는데 식당에서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는 게 너무 신기한 거 있죠, 하하.” 10대의 발랄함, 한편으론 골프의 희노애락을 통달한 듯한 그의 반전 매력이 오히려 더 신기하고 궁금했다.

▶“우리들만의 세계에서 신나게 노는 거야!”=한국여자오픈 4라운드. 전인지는 박소연(하이마트)보다 3타 뒤진 15번홀부터 버디 행진을 시작했다. 바로 직전 14번홀 티샷을 워터해저드에 빠뜨린 터라 전인지의 역전우승을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신들린 맹타를 휘두르더니 4연속 버디쇼. 18번홀에서 1.7m짜리 버디 퍼트를 잡는 순간에도 자신의 순위를 몰랐다. 동료들이 축하 의미로 물을 뿌리자 그제서야 우승인 줄 알았다. 경기 내내 생글생글 웃던 전인지의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축하세리머니를 받고 고개를 들었는데 앞에서 울고 계시는 엄마랑 눈이 딱 마주친 거에요. 그러더니 눈물이…” 또 눈자위가 벌개진다.

전인지는 5월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장하나(KT)와 피말리는 접전을 펼치면서도 주눅들지않고 당당했다. 많은 관계자들이 ‘조만간 큰일을 낼 신인’이라고 생각한 건 그때부터였다. “갤러리들이 많아야 재미있어요. 샷 하나하나에 같이 아쉬워하고 환호하는 반응이 재미있거든요” 프로들도 긴장하는 매치플레이, 메이저대회에서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스승인 박원 프로와 3년간 멘탈트레이닝을 하면서 길러진 강심장이다. 매 대회 야디지북에 적는 ‘즐겁고 신나게 몰입하기’도 박 프로와 함께 생각한 문구다. 박 프로는 “대회에 들어가기 전, 인지와 인지 캐디백을 멘 김희망에게 말했다. ‘자, 이제부터 너희들만의 세계로 들어가는 거야. 가서 신나게 놀다와.’ 인지는 정말 대회 내내 즐겁게 플레이했다”고 뿌듯해 했다.

 
“박인비의 퍼팅, 청야니의 루틴을 닮고 싶어요.” 골프장 밖에선 발랄한 10대, 필드 위에선 베테랑 부럽지 않은 여유와 강심장을 지닌 반전소녀, ‘뉴 메이저퀸’ 전인지가 드라이브샷을 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성남=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인지는 무조건 골프” 아빠의 탁월한 선택=아버지 전종진(54) 씨의 ‘맹부삼천지교’는 잘 알려져 있다. 충남 서산 대진초 시절 수학경시대회 대상을 받을 만큼 수학영재로 기대를 모은 그를 아버지는 미련없이 골프 환경이 좋은 제주로 전학시켰다. 태권도 선수 출신인 아버지의 생각은 오직 하나였다. “인지는 무조건 골프로 성공해야 한다.”

“언니에게 먼저 운동을 시키려고 했는데 제가 근성도 있고 운동신경도 더 좋았나봐요. 골프도 수학만큼 재미있더라고요. 결국 아빠 덕분에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돼 감사하죠. 운동 안한 언니요? 지금 수학강사 하고 있어요.”

골프의 매력을 물었다. 아직 10대인 그의 입에서 “어렵다” “모르겠다”는 답이 나올줄 알았는데, 사람을 잘못봤다. “골프는 언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전혀 예측불가능한 스포츠잖아요. 18홀 라운드, 그 안에서 뭔가를 만들어가고 스코어를 만드는 자체가 정말 재미있어요. 제겐 여기가 사회생활을 하는 곳이잖아요. 기뻤다 슬펐다, 좋았다 나빴다 하며 조금씩 성장해 가는 모습이 보여요. ” 그러더니 금세 또 “어제 홍대앞에 처음 가봤거든요. 조폭 떡볶이가 유명하다고 해서 먹어봤는데 진짜 맛있어요. 맛있는 음식이 앞에 있으면 아우 너무 좋아요” 하고 10대 소녀로 돌아와 배시시 웃는다.

▶‘생각대로 되는 인지’ 요즘은 신나는 미국투어 상상=김효주(18·롯데)와 신인왕 경쟁도 불이 붙었다. 신인왕포인트 886점으로 김효주(983점)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효주는 워낙 친한 동생이라 경쟁이라는 말이 어색해요. ‘컷오프 없이 꾸준한 성적내기’가 프로 첫해 목표였는데 지금까지 잘 하고 있는 데 만족해요.” 전인지는 멘탈트레이닝 덕에 요즘 ‘생각대로’ 된다. “내 퍼터를 떠난 공은 반드시 내 생각대로 굴러가 홀컵에 떨어질 것이다, 하고 생각하면 진짜 그렇게 돼요.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에 초집중하는 거죠.”

생각대로 되는 인지가 요즘 상상하는 것은 미국무대다. “미국에서 투어 생활하는 제 모습을 자주 상상해요. 비행기 타고 대회를 이동하고, 마침내 우승을 하고, TV 리포터와 영어로 인터뷰하는 그런 내 모습. 아, 그런데 수학은 재미있는데 영어는 정말…. (박)인비 언니처럼 영어를 잘하고 싶은데, 이제부터 열심히 하면 되겠죠?”

그린적중률 2위(77.56%)를 자랑하는 그는 컴퓨터 아이언샷의 비법으로 ‘좋은 리듬을 갖고 몸이 반응하는 대로 움직이기. 그리고 잘될 거라는 믿음, 긍정적인 생각 갖기’를 꼽았다. 이제 막 여물기 시작한 ‘전인지 골프’의 뿌리는 바로 ‘긍정의 힘’이었다.

성남=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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