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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김기훈> 김근태·홍성우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26일은 ‘세계 고문 희생자 지원의 날’이다. 이날을 맞아 한국에서는 두 개의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지난 25일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선 ‘김근태 기념 치유센터’가 문을 열었다. 치유센터는 국가 폭력 피해자들의 정신적ㆍ신체적 외상을 치유하기 위해 설립된 민간기관으로,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죽음을 계기로 설립된 것이다.

김 전 고문은 1985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혹독한 고문을 겪고 후유증에 시달리다 2011년 12월 30일 세상을 떠났다.

김 전 상임고문은 생전에 자신의 수기에서 “ (죽음이 닥쳐올 때마다) 마음속으로 ‘무릎을 꿇고 사느니보다 서서 죽기를 원한다’는 노래를 뇌까리면서 과연 이것을 지켜내기 위한 인간적인 결단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절감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고문 생존자들이 만든 재단법인 진실의힘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고통을 인내해온 고문과 국가 폭력의 생존자들에게 존경을 표하기 위해 해마다 인권상을 제정해 시상하고 있다. 첫 수상자는 서승 교수였고, 두 번째 수상자는 김 전 고문이었다. 진실의힘은 올해 세 번째 수상자로 홍성우 변호사를 선정했다.

홍 변호사는 1974년 ‘민청학련 사건’ 변호를 시작으로 굵직한 시국 사건마다 ‘산증인’으로 활동해왔다. 김 전 고문 역시 홍 변호사가 인권변호사로서 인연을 맺은 인물이었다. 홍 변호사의 활동은 ‘돈 안 되는’ 시국 사건을 맡았다는 경제적 고통 외에도 서슬 퍼런 정권의 압력을 견뎌야 하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이처럼 김근태와 홍성우를 기념한다는 점에서 이번 ‘고문 희생자의 날’은 어느 해 못지않게 뜻깊은 날이다. 우리가 그들의 이름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압도적인 국가 폭력에도 무릎 꿇지 않는 처절한 투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공기처럼 누리는 민주주의는 그들의 희생으로 피운 꽃이다.

잊힌 역사는 되풀이된다. 그리고 진실은 행동하는 양심의 기억 속에 존재한다. 이것이 우리가 김근태와 홍성우란 이름을 끝까지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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