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산모와 아이들이 원인 모를 폐 손상으로 연이어 목숨을 잃었다. 질병관리본부는 동물실험을 통해 이들의 폐 손상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였다는 것을 밝혀냈고 대한민국은 충격과 혼란에 빠졌다. 질병관리본부의 조사 결과 2012년 4월 기준으로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폐 손상 의심사례만 359건에 달했고 그 중 112명이 사망했다.
최근 발간된 책 <아이 몸에 독이 쌓이고 있다>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원인을 정부의 관리 소홀 때문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관련 폐 손상 조사위원회 조사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던 저자 임종한 교수(인하대학교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과)는 원래 외국에서 가습기 세정제로 사용되던 물질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살균제로 탈바꿈된 것이라고 말한다.
문제가 된 메칠이소치아졸리논,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 염화에톡시에틸구아디닌이라는 물질은 가습기를 세척하는 용도로는 가능하지만 물에 넣어 사용할 경우 가습기에서 발생한 미세한 물방울에 섞여 폐 속 깊숙이 침투해 염증을 유발한다는 것. 염증이 생긴 폐는 섬유화 반응으로 딱딱하게 굳어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다.
임종한 교수는 “화학물질은 입자 크기뿐만 아니라 폐, 소화기, 피부 등 어느 부위에 노출되느냐에 따라 독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부가 화학물질을 관리할 때 이러한 특성들을 고려해 제대로 독성 평가를 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밖에도 뿌릴수록 해로운 방향제와 탈취제, 살충제, 그리고 아토피와 천식을 악화시키는 독성물질 등이 우리 아이들의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도 밝히고 있다.
또한 가장 안전해야할 우리 집이 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공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와 함께, 알아두면 좋은 화학물질 용어들과 식품 라벨 읽는 법 등 부모들이 아이들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생활 속의 Tip도 제공하고 있다.
한편 저자 임종한 교수에게 궁금한 점을 묻고 답하거나 안전한 먹을거리와 환경에 관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아이 몸에 독이 쌓이고 있다’ 네이버카페(cafe.naver.com/yedamfriend)가 개설되기도 해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독성물질에 대한 심각성에 얼마나 많은 부모들이 공감하고 있는지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