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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음 여행권까지” 노무현 스타일 vs ”일 없어 일 없어“ 김정일 스타일
25일 공개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 대화록에서는 두 사람의 성격과 통치 스타일도 엿볼 수 있었다. 변호사 출신인 노 전 대통령은 각종 현안에 대해 자세한 설명과 물 흐르는 듯한 전개로 대화 주도권을 잡고자 했으며, 반면 김정일은 오랜 독재와 집권 경험을 바탕으로 짧지만 간결한 어조로 대응했다.

김정일은 오전과 오후로 나눠 계속된 회담 내내 북한측 당국자와 때로는 우리측 인사들에게 생색을 내는 말을 내뱉었다. 자신이 이번 남북대화에서 우위에 서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우선 예정에 없던 우리측의 오후 대화 제안에 북한 김양건이 “장군님 일정이 바쁘다”고 하자 “일 없어. 일 없어”라며 통 크게 받아드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또 오후 참관 일정과 관련 “3대혁명 전시관 참관은 특별수행원들이나 하는 거고, 대통령께서 뭐 보셔도 되고”라며 은연중에 우리 대통령을 수행단 일원으로 격하시키는 듯한 농담도 서슴치 않았다.

북한 쪽 개방 지역 확대 등이 언급될 오후 회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다. “실무적인 문제에 우리가 많이 들어갈 필요가 없고, (오후 회담이) 실제 이렇다면 앞으로 상급회담이나 총리급 회담을 하나 새로 설정해 거기서 모들 걸 토론하는게 낫다고 본다”며 기술적으로 피해가기도 했다.

또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남북 철도 복원과 중국대륙횡단 철도와 연계가 의미가 크다는 우리측 설명에 김정일은 “의미는 무슨, 인기나 끌어서 뭐하게”라며 마지못해 “이번에 두 정상이 합의했다 하지요 뭐. 응원단은 가는 것만 상징적으로 한 번 하고 돌아올 땐 비행기로”라고 허락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깍듯한 태도를 유지했다. 노 전 대통령은 “위원장께서”, “말씀드렸다” 등 예의를 갖추려 노력했다. 이는 집권 후반기 힘들게 이뤄진 2차 남북정상회담이, 직후 정권교체에도 끊어지지 않고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는 평가다. 노 전 대통령은 “내가 원하는 것은 시간을 늦추지 말자는 것이고, 또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지 모르니까 뒷걸음 치지 않게 쐐기를 좀 박아 놓자는 것“이라며 “다음 여행권까지 따 놨으니까”라고 좌중의 웃음을 유도하는 발언으로 회담 성과를 평가했다.

또 회담문 곳곳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현안에 대해 매우 구체적으로 논리 전개를 해 나가며 설명하고 이해시키고자 하는 흔적들도 담겼다. 회담 마지막 발언으로 김정일이 “오늘 아주 수고 많았습니다. 정열적으로 많이 이야기 해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정호 기자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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