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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아무리 촘촘해도 法만으론 한계…大·中企 상생의식 뿌리내려야
전문가들이 말하는 공존공생의 길
불공정거래 시정명령·과징금 처분이 대부분
형사처분 있어도 거의 적용 안돼

법적 제재·성장위주 경영마인드
탈피
경제 전체파이 키워 동반성장 구축해야


우리 사회의 삐뚤어진 갑을(甲乙) 관계를 바로잡기 위한 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미흡한 법망을 정비하는 등 제도적 안전장치가 필요하지만 사회공동체 안에서 서로 양보하고 도와주는 상생의식부터 뿌리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시대 변화에 맞춰 경제 정책과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도 공생발전, 동반성장 쪽으로 무게중심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기업 간 거래에서 갑을 관계의 가장 큰 원인을 대기업 중심의 시장 구조에서 찾는다.

이동주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갑을 관계는 수십년간 지속돼온 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에 따른 납품 구조로 인해 거래관계에서 파워(교섭력)의 차이가 고착화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최근 몇 년간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자 대기업들이 고통 분담보다는 위험 요인을 중소기업에 떠넘기면서 최근 남양유업 사태와 같은 폐해가 생겨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낙수효과’가 사라지면서 중소기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한편으로 내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그런 문제가 더욱 부각됐다는 것이다. 

이동주
중소기업硏 연구원
여기에 법률ㆍ제도의 미흡이 더해지면서 ‘갑’의 횡포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법 중 갑을의 불공정 관계를 규정한 건 공정거래법이 유일한데, 이마저도 실효성 있게 집행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은 “밀어내기, 납품가 후려치기 등은 고발해봐야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 또는 과징금 처분이 대부분이며, 형사처분 조항이 있어도 거의 적용되지 않고 있다”면서 “게다가 하도급법의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도 시행된 사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법보다 중요한 건 역시 상생의식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아무리 법망을 잘 만들어도 ‘구멍’은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공동체 안에서 상생의식이 먼저 자리 잡지 않으면 영원한 ‘갑’, 영원한 ‘을’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거래 관행의 특징인 갑을 관계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으로 대기업들의 거래 중소기업이나 유통기업들에 대한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선 법적 제재 조치를 강화하는 동시에 대기업도 주변 이해관계를 원만히 조정하고 과거 성장 위주의 경영 마인드에서 벗어나 대기업 내부 시스템을 바꾸려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고과에서 후한 점수를 받기 위한 대기업 구매담당 직원들의 중소기업 납품단가 후려치기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공생의 시대에 걸맞게 다양한 측면에서 성과보상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인학
한경硏 선임연구원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기업정책연구실장)은 “이제 정부의 법 집행과 국회의 규제강화 법안보다 더 즉각적이고 치명적인 것이 여론과 시장의 평가와 반격”이라며 “기업들은 기존의 갑을 관계에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점은 없는지 점검하고 필요하면 근본적인 개선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우리 사회가 조속한 동반성장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불공정한 갑을 폐해는 깊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동반성장은 부자나 갑의 것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이나 을에게 주자는 게 아니라, 경제 전체의 파이를 크게 하되 분배는 공정하게 하자는 것이고 그래야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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